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운데)가 지난 3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을 방문해 청년 지지자들과 스티커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이대녀(20대 여성)'의 표심이 표류하고 있다. 유력 대선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사이에서 마음 줄 곳을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다.
한때 20대 여성은 문재인 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층이었다. 문재인 정부 2년차였던 2018년 12월 10~14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조사한 결과 20대 여성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63.5%로 모든 연령·성별 구간에서 가장 높았다.
그러나 20대 여성의 표심은 여당의 이재명 후보뿐 아니라 윤석열 후보에게도 우호적이지 않다. 리서치뷰가 지난 6~7일 18세 이상 전국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선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20대 여성 중 두 후보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7%로 20대 남성(25%)보다 훨씬 높았다.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하면 된다.
2030세대 여성들이 이재명·윤석열 후보를 선호하지 않는 이유는 폭력적이고 가부장적인 '이미지' 때문이다. 이 후보의 경우 과거 ‘형수 욕설’ 논란이나 연예인과의 스캔들 등이 도덕성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에게 부정적으로 받아 들여진 것으로 분석된다. 윤 후보에 대해서도 가부장적이고 기득권적인 모습을 주된 비호감 이유로 꼽았다. ‘쩍벌’ 이미지가 생긴데다 “저출산은 페미니즘 탓” 등의 발언이 젊은 여성층의 반발을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두 후보 모두 노골적으로 젊은 남성 유권자에게만 매달리고 있는 것도 반감을 샀다. 두 후보는 여성가족부 개편을 제시하며 20∼30대 남성들의 여가부에 대한 반발심을 상당 부분 수용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달 3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상암농구장에서 2030 여성들과 여성에 맞게 규격과 규칙이 조정된 농구와 흡사한 생활체육 '넷볼' 경기를 체험하기 전 경기 규칙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 제공
내년 3월 대선에서 20대 여성의 표는 결국 어디로 향할까.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에서 확인했듯이, 거대 양당 외에 대안을 찾는 20대 여성들의 투표 경향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지난 7~8일 조사한 결과 20대 여성의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14.9%로 다른 성·연령에 비해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갈등을 조장하는 득표 전략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은 이번 대선에서 가장 소외되고 있는 계층”이라고 지적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특정 성별이나 연령층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득표전략은 선거에서 유효할 수 없다”라며 “문재인 정부에서 양성평등 정책이 왜곡된 측면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거대 양당 후보 누구도 그 대안을 내놓고 있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제는 후보들이 남녀 갈등이나 세대 갈등을 해결할 비전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올라타고 있다는 점”이라며 “청년들이 가진 고충의 교집합부터 이야기하며 왜곡된 대립구도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서울 광진구 그랜드워커힐서울에서 열린 '글로벌인재포럼2021' 행사에서 만나 인사 나누고 있다. 뉴스1 제공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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