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정 파트너 공명당 개헌에 부정적
자민당, 제3당으로 약진한 유신회에 접근
아베 전 총리, 아베파 수장으로 추대
취임 일성은 '개헌'..."우리가 중심돼야"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개헌을 '비원'으로 삼고 있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본 집권 여당인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아베파' 회장으로 추대된 가운데, 자민당이 최근 세를 불리고 있는 극우정당 일본유신회에 접근, 개헌 연대 모색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자민당, 자민당 보다 더 우파인 유신회와 손잡나
1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의 모테기 도시미쓰 간사장은 지난 9일 저녁 일본유신회의 바바 노부유키 간사장과 만나 개헌 추진에 협력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뤘다. 이날 모임에는 양당 국회대책위원장도 함께 했다. 모테기 간사장은 "(개헌 관련)국민투표법을 어떻게 해서든 한 번은 국민들의 손에 맡기고 싶다"고 말해 개헌 발의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오사카 기반 극우정당인 일본 유신회는 지난달 31일 일본 총선(중의원 선거)에서 의석수(11석→41석)를 크게 늘리며, 여당인 자민당, 제1야당인 입헙민주당에 이어 제3당으로 위상을 강화했다.
자민당은 유신회뿐만 아니라 또 다른 야당인 국민민주당에도 접근해 개헌 추진에 협조를 요청했다. 자민당 헌법개정추진본부의 에토 세이시로 본부장이 지난 8일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개헌 추진을 놓고 대화를 주고 받았다. 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은 지난달 총선 때 이미 개헌 논의를 공약으로 제시, 자민당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일본의 태평양 전쟁 패전일인 지난 8월 15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야스쿠니 신사를 방문해 참배에 나선 모습. 로이터 뉴스1
■연립정권 파트너 공명당 긴장
자민당과 연립정권을 이루고 있는 공명당은 자민당 지도부의 유신회, 국민민주당 접근에 긴장하는 모습이다. 야마구치 나쓰오 공명당 대표는 "자민당과 공명당은 연정 파트너로 함께 각료도 내고 정치에 책임을 진다는 자세"라고 강조, 자민·유신회의 연계에 경계심을 표출했다.
공명당은 개헌에 대한 신중한 입장이다.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에도 부정적이다. 공명당은 불교 관련 종교단체인 창가학회가 제도권 진출을 위해 만든 정당이다. 생명·생활·생존을 최대한 존중하는 인간주의 정치를 정강,정책으로 삼고 있어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지향하는 아베파와는 기본 철학부터 다르다.
야마구치 나쓰오 일본 공명당 대표. 로이터 뉴스1
일본에서 헌법 개정안은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이 동의해야 발의된다. 중의원의 경우, 41석인 일본 유신회 의석수와 11석의 국민민주당을 더하면 52석이 된다. 자민당 의석수 265석에 52석을 더하면 개헌 발의에 필요한 중의원 3분의 2 의석을 넘게 된다. 지난 2019년 7월 선거에 따라 구성된 참원(총 245석)은 자민당, 유신회, 국민민주당을 합치면 150석에 불과, 공명당(28석)을 더하지 않고선 개헌 발의(164석)가 어려운 상황이다. 자민, 유신 등 개헌추진세력으로선 내년 7월 예정된 참원 선거에서 의석수를 대폭 늘려야 한다.
■정치 전면에 나선 아베 "개헌 논의 선두에"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호소다파에 복귀해 만장일치로 회장으로 추대, '아베파' 수장이 됐다.
호소다파의 실질적 주주로 일본 정가에서 실력을 행사해 온 아베 전 총리가 파벌 회장으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 대한 견제, 자신의 '비원'인 개헌 완수를 이루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회장 추대 후 "개헌은 자민당의 당시(黨是)"라며 "우리가 논의의 선두에 서자"고 호소했다.
태평양 전쟁 패전 후 미군정 하인 1946년 11월 개정·공포된 일본 헌법에는 전쟁 포기, 전력 비보유, 교전권 부인 등(제9조)이 명시돼 있어, '평화헌법'이란 별칭이 붙어있다. 아베 전 총리는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헌법을 개정하기 위해 그 첫 단계로 제9조에 자위대 존재를 명기하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일본 정가에서는 아베·스가 정권 8년 9개월 동안 개헌을 이루지 못한 아베 전 총리가 파벌 회장이란 직함을 달고, 개헌 추진의 전면에 설 것으로 보고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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