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간 이해관계 엇갈려
한국도 국익 최우선 삼길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6)가 2주간의 협상 끝에 '글래스고 기후 협약'을 도출했으나 반쪽 합의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11월13일 참석 대표단이 기념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뉴스1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13일(현지시간) 최종 협상을 마무리했다. 약 200개 참가국은 지구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한다는 목표에 합의했다. 그러나 그 수단인 석탄 사용 종식 합의에는 끝내 실패했다. 각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엇갈려 반쪽 합의에 그친 것이다.
이번 총회에선 주요국 간에 온실가스, 즉 이산화탄소와 메탄 감축 목표치를 놓고 말잔치만 요란했을 뿐 뚜렷한 공감대는 없었다. 열강 간 이해 충돌로 국제협상이 지지부진할 때 쓰는 '회의는 춤춘다. 그러나 진전은 없다'는 수사가 실감날 정도였다. 결국 온실가스 배출 주범인 석탄 발전은 '단계적 중단'이 아닌 '단계적 감축'으로 바꾸기로 해 가까스로 절충됐다. 오죽하면 이런 합의 아닌 합의에 스웨덴 10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요약하면 어쩌구 저쩌구"라고 냉소적으로 평가했겠는가.
이 같은 결과는 지난달 31일 COP26 정상회의 개막 때부터 어느 정도 예견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불참하면서다. 탄소 배출 1, 4위국인 중·러가 가뜩이나 탄소중립 목표연도를 유럽 주요국보다 10년 늦은 2060년으로 설정한 뒤 '태업'까지 감행한 꼴이다. 그러니 탄소 배출 3위국인 인도 등 제조업 후발주자들이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에 적극성을 보일 리 만무했다. 탄소 다음으로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메탄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30% 감축하는 '국제메탄서약'에도 메탄 최대 배출국 중국, 러시아, 인도는 불참했다.
기후 대재앙은 본래 '공유지의 비극' 성격을 띤다. 각국 스스로 방목을 제한하지 않으면 목초지 전체가 황폐해지는 건 자명하다. 다만 '우리 소부터 먼저 굶어죽게 할 수 없다'는 데서 나라 간 이해가 엇갈리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산업혁명 이후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구미 선진국들이 COP26이 말잔치로 끝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개발도상국의 탄소 저감을 위해 매년 1000억달러씩 지원키로 해놓고 실천에 옮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국제사회는 보다 실효성 있는 넷제로 로드맵을 짜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뒤늦게 탄소 배출에 탄력이 붙은 신흥국들이 이를 실천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나라마다 에너지원과 산업구조가 천차만별인데 강력한 배출 감축 목표를 제시하도록 압박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개도국에 대한 탄소 감축 기술 지원을 늘려야 할 이유다.
한국은 이번에 NDC 상향과 메탄서약, 두 어젠다 모두에 적극성을 보였다. 특히 유럽에 비해 탄소 감축 기술이 처지는 터에 과속 탄소중립 페달을 밟고 있는 인상도 든다. 그러나 문재인정부가 광은 냈지만, 온갖 뒷감당을 해야 할 국내 기업은 허리가 휠 판이다. 무엇보다 원전 없이 탄소중립이 가능하다는 미몽에서 깨어나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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