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단독]'손준성 보냄' 자료들, 검찰 내부 공유·활용 의혹

기사내용 요약
최경환 前부총리, 지난해 MBC·이철 고소
檢, 1월27일 이철 기소하며 낸 증거 기록
'제보자X' 페북 캡쳐본, 檢 증거로 제출돼
추가 고소장-'손준성 보냄' 고발장 유사점도

[단독]'손준성 보냄' 자료들, 검찰 내부 공유·활용 의혹
[서울=뉴시스] = 검찰이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MBC 기자 등을 고소한 사건에서 취재원 역할을 한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를 불구속 기소하며 낸 증거기록. 2021.11.1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기상 기자 =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자신의 '신라젠 65억원 투자 의혹'을 보도한 MBC 기자 등을 고소해 이 보도 취재원이었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만 재판에 넘겨진 사건에서, 고발사주 의혹의 '손준성 보냄'에 있었던 일부 파일과 동일한 파일이 검찰 측 증거로 제출된 정황이 포착됐다.

또 당시 최 전 부총리 측 고소장은 MBC 기자 등을 피고발인으로 적시한 '손준성 보냄' 지난해 4월3일자 고발장과 유사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올해 1월27일 이 전 대표를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할 때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가 받은 자료와 동일한 것으로 보이는 파일을 증거로 제출했다.

뉴시스가 확보한 이 사건 증거기록에는 '지현진 열람자료(페이스북 캡쳐사진, 텔레그램 내역, 녹취록 발췌, 문자 메시지 내역)가 포함돼 있다. 검찰이 '피고인(이철)의 언론 제보 경위 관련'이라는 참조 사항을 달아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여기에는 지씨 페이스북 ▲2020년 2월14일 오후 6시35분 게시글 ▲2020년 3월24일 오후 8시47분 게시글 캡쳐본이 담겼는데, 이는 조씨가 받았다는 캡쳐본과 내용·형식은 물론 '좋아요'나 댓글 수가 일치했다.

지씨는 지난해 4월2일 B언론사에서 자신을 취재하자 해당 페이스북을 닫았다가 같은 달 20일께 다시 열었다. 이때는 프로필 사진을 바꾸고 이전 게시글도 지운 채였다.

결국 검찰이 이 캡쳐본을 확보하려면 지난해 4월2일 전 캡쳐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 시기는 지씨와 채널A 기자 사이 '검언유착' 의혹 수사나 지씨 고발 사건 수사가 이뤄지기 전이었다.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 전달한 캡쳐본이 검찰 내부에서 공유되고 있어 이때의 캡쳐본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단독]'손준성 보냄' 자료들, 검찰 내부 공유·활용 의혹
[서울=뉴시스] =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 조성은씨가 지난해 4월3일 텔레그램으로 전달 받았다는 '제보자X' 지모씨의 페이스북 게시글 캡쳐본(좌)과 올해 1월27일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질 당시 제출된 검찰의 증거목록 속 지씨 페이스북 게시글 캡쳐본. 2021.11.17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뉴시스가 입수한 이 사건 고소장에는 지난해 4월3일자 '손준성 보냄' 고발장과 유사한 내용도 있었다.

최 전 부총리 측은 지난해 4월3일 MBC 뉴스데스크 왕모 앵커와 신모 기자, 이 전 대표, 곽병학 전 신라젠 감사, MBC 보도본부장 및 사장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이날은 조씨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고발장 및 증거자료를 받은 날이기도 하다.

조씨가 받은 고발장 피고발인에는 지씨와 MBC 장모, 신모 기자 등이 적시돼 최 전 부총리 측의 첫 고소장(4월3일)과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최 전 부총리 측이 같은 달 7일 추가로 제출한 고소장에는 돌연 이들이 모두 포함됐고, 지씨도 실명으로 적혔다.

추가 고소장은 MBC와 이 전 대표를 연결한 지씨 역할을 부각하며, 지씨의 친여 성향 및 사기 전과를 보도한 조선일보 보도(2020년 4월3일자)를 근거로 제시했다. 이 보도는 4월3일자 고발장에서 '조선일보의 취재를 통해 그 연결 고리가 명확히 드러나게 됐다', '2020.4.3. 조선일보는 지○○이라는 오로지 한 사람이 전속 제보꾼이 되어 검찰총장 비방 내용을 전부 제보했다고 취재해 보도했다' 등의 내용으로 거론된다.

[단독]'손준성 보냄' 자료들, 검찰 내부 공유·활용 의혹
(출처=뉴시스/NEWSIS)

지씨 배후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목한 부분도 비슷하다.

4월3일 고발장엔 민 의원이 지난해 3월6일 유튜브 방송에서 "지씨 변호를 맡았다"고 발언한 내용을 들며, 검찰 비판 기사를 '민병덕 發'이라고 표현한다. 민 의원의 유튜브 발언은 다음 날인 같은 달 4일 조선일보에 의해 그대로 보도됐다.
최 전 부총리 측은 이 조선일보 보도를 증거로 제출하며 "민병덕 변호사가 개입하였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이 사건을 수사해 올해 1월27일 이 전 대표만 허위사실을 주장했다며 불구속 기소했다.

이 사건 수사나 증거기록 작성에 관여한 검찰 관계자들은 고발사주 의혹에 등장한 파일과 동일한 파일이 등장하는 이유에 대해 "확보했거나 (다른 사건 등에) 붙어있거나 한 것을 조사했을 것"이라면서도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게 어디서 나왔는지일텐데, 당시에는 그 부분에 관심을 두지 않았었기 때문에 특별히 기억이 없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akeup@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