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아파트 입주민 "치졸하게 아이 노는 공간까지 이래야 했냐"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 "놀이터 관련 민원 증가..지침 당분간 유지"
[파이낸셜뉴스]
신종플루 확산으로 휴교에 들어가는 학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28일 서울 여의도 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는 어린이들의 발길이 끊겨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기사 내용과 무관)
경기 광명시의 한 아파트가 외부인 이용 금지를 위해 놀이터에 인식표로 아동을 구분한 사실이 알려졌다. 해당 아파트 거주자가 아닐 경우에는 주민을 통해 '놀이터 일일 이용권'을 발급해야만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다.
17일 쿠키뉴스에 따르면 경기 광명시 한 아파트에서 외부인의 놀이터 이용을 막으려는 목적으로 인식표를 발급해 어린이를 구분했다.
2009년에 준공된 총 1200여세대의 대단지인 광명 A아파트는 놀이터에 '어린이 놀이 시설 이용 지침' 안내판을 설치했다. 안내판에는 단지 거주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놀 때는 인식표를 착용해야 하며, 목걸이 형태의 인식표는 관리사무소에서 주민을 대상으로 제작·배부토록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인식표 발급 대상은 5세 이상~초등학생 아동으로, 인식표 분실 및 훼손으로 재발급 시 1매당 5000원을 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광명시 A아파트의 놀이터 인식표 배부 관련 안내문. 온라인커뮤니티 갈무리
인식표 발급 대상은 아파트 세대를 방문한 친인척 등 어린이(초등학생 이하), 아파트 어린이의 친구(초등학생 이하), 아파트 중학생(외부 중학생은 불가)으로 제한했다. 외부인이 이 인식표를 받으려면 시설 이용 중 사고가 나도 아파트에 책임을 묻지 않을 것과 시설 훼손 시 보수비용 보상을 약속해야 한다.
이에 인근 주민들은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이기적인 행태’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A아파트가 놀이터 이용권을 시행하던 초기 한 주민은 "입주민 의견 수렴 과정은 없었다"며 "어른이 치졸하게 아이 노는 공간까지 이래야 했나"라고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다른 입주민들도 이에 동의하며 이용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 갔다.
하지만 A 아파트 입주자 대표회의 회장은 "아이들을 차별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것"이라며 "인천 아파트 놀이터 사례와는 성격이 전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안전요원도 배치해 봤는데 도저히 감당할 수 없어 조처를 한 것"이라며 "현재는 단속이 없지만 놀이터 관련 민원이 증가해 지침을 당분간 유지할 생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 영종의 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다가 해당 아파트 거주 아이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입주자 회장으로부터 경찰에 신고된 어린이들의 부모가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청와대국민청원 사이트에 게재한 글. 뉴스1
한편 앞서 인천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에서도 외부 어린이들이 놀았다는 이유로 신고를 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4일 '아이들이 아파트 놀이터에 놀다 아파트 회장에게 잡혀갔어요' 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 올라와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실제로 인천시 중구 영종도의 한 아파트 입주자대표 회장은 지난달 12일 오후 "아이들이 놀이터 기물을 파손했다"며 112에 신고했다. 이에 아이들의 부모는 협박 및 감금 혐의로 이 회장을 고소한 상태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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