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와 기재부 압박하던 이재명
"전국민 지원금 고집하지 않겠다"
대장동 의혹도 털고간다는 입장
지지율 뒤집기 승부수 던진 듯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8일 전국민 재난지원금에 대해 "지원 방식과 대상을 고집하지 않겠다"며 "여야 합의 가능한 것부터 즉시 시행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이 '기획재정부 해체론' 카드까지 내밀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예산 편성을 압박하던 기존 입장을 전격 철회한 것이다. 이 후보는 또 대장동 특별검사 도입 수용의사도 밝혔다. 정치권 일각에선 지지율 박스권에 갇힌 이 후보와 민주당이 월권 논란까지 일으킨 기재부 해체론과 특검 시간끌기라는 비판 여론을 의식해 지지율 반등을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발표문을 통해 "야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하고 있다"며 "정부도 신규 비목 설치 등 예산구조상 어려움을 들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국민 재난지원금 합의가 어렵다면 소상공인, 자영업자 피해에 대해서라도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한다"며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는 추후 검토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추가 세수 19조원 용처와 관련해 소상공인 등 신속 지원, 지역화폐 추가 지원, 소상공인 손실보상 하한액(현 10만원) 대폭 상향 등을 요구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가 지급을 놓고 기재부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이를 무리하게 밀어붙이기보다는, 손실보상이나 지역화폐 등 현실적인 피해부분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기재부 해체론을 앞세워 정부 당국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정 간 갈등 심화로 확전되는 데 대한 부담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연일 기재부 해체론으로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는 것 역시 야당 등으로부터 '벌써부터 점령군 행세를 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점도 이 후보의 입장 변화에 한몫했다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기재부의 예산 기능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며 "기재부가 예산 권한으로 다른 부처의 상급 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8년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를 통합해 기획재정부로 개편했는데, 이를 되돌려 예산 기능을 따로 떼어내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여권 내부에선 내년 재집권 성공 시 아예 기능 축소를 포함해 기재부를 정부조직개편 1순위에 올려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이 후보는 또 대장동 특검도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제가 특검을 강력히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곧 검찰의 중간 수사 결과가 나올 텐데, 특검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는 '선 검찰수사, 후 특검수용'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적극적인 특검수용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이 후보와 민주당이 당정 갈등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을 사실상 거둬들이는 한편 대장동 특검 수용으로 박스권에 갇힌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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