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바이든, 中올림픽 외교 사절단 파견 보이콧 시사
日기시다 "일본은 일본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무조건적 동조 거부...전임 정권과 차별화
대중 정책 경쟁,대립속 협력 필요성도 인식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 올림픽에 정부 차원의 외교 사절단을 파견하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 것에 대해 19일 "일본은 일본의 입장에서 생각할 것"이라고 일본 정부의 대응 방침을 밝혔다. 아베·스가 정권과 달리, 미국의 대중국 견제 행보에 무조건 동조하지는 않겠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나라마다 입장과 생각 있어"
기시다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 지요다구 총리 관저에서 베이징 동계 올림픽의 외교 사절단 파견 문제에 대해 "각각의 나라마다 입장과 생각이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가능성을 처음 언급했다. 외교적 보이콧이란, 선수단은 파견하되, 올림픽 개·폐회식에 정부 차원의 외교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과 회담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AP뉴시스
기시다 총리의 이런 발언은 올림픽 외교 사절단 파견건은 중일 관계나 어디까지나 일본 국익의 관점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일본의 집권 여당인 자민당 강경파들과도 결이 다르다. 자민당 강경파들은 미국, 유럽 내 올림픽 외교 보이콧 주장에 편승해, 정부 대표 사절단을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시다 대중정책 '복합적'
기시다 내각의 대중국 정책은 일단, 견제 일변도로만 흐르진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마디로 '복합적'이다.
중국의 안보 위협 뿐만 아니라 미중 대립으로 촉발된 공급망 불안, 중국의 기술탈취 등 경제안보에도 적극 대응하는 한편, 일본의 제1 무역 파트너인 중국과의 경제협력도 간과할 수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가 하면, 중국 인권 문제에 발언권을 확대해갈 요량으로 전직 방위상인 나카타니 겐을 국제인권 담당 총리 보좌관에 기용했으며, 중국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가입 신청에는 부정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사실상 무기한 연기 상태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방일 문제 역시 "현재로선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로이터 뉴스1
반면, 아베 신조 전 총리와 아소 다로 자민당 부총재의 반대에도 친중 인사로 분류되는 하야시 요시마사의 외무상 임명을 강행했다. 자민당 강경파들의 '대중 분리', '중일 경제 디커플링' 주장이 "비현실적"이란 인식도 엿보인다.
기시다 내각의 경제안보상이자 자민당 온건파인 고바야시 다카유키(니카이파)는 "중일간 무역, 투자 관계는 매우 심화돼 있다"면서 중국과 경제 관계 분리는 지극히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무조건적인 대립만으로는 현실적인 해법이 아니라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다. 기시다 총리가 지난달 취임 당시 "중국에 대해 할 말은 하겠다"는 것 밝힌 것 역시, 견제와 대립, 협력을 다양하게 조합해 일본 외교의 운신의 폭을 넓혀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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