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피하기 위해 연인에게 다른 사람 명의의 휴대폰 개통과 은신처 마련을 부탁하는 행위는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범인도피교사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1일 밝혔다.
A씨는 2018년 1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절도) 혐의로 3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치소에 수감돼 있다가 건강이 나빠지자 한 달간 형집행정지 허가를 받았다. 이후 형집행정지 연장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A씨는 자신의 연인 B씨에게 B씨의 아들 명의로 휴대폰 개통을 부탁하고, B씨의 모친 집에서 지내게 해달라고 한 혐의를 받는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했다. 휴대전화 액정이 깨져서 B씨 아들 명의의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뿐이며, 자신의 집 문이 잠겨있어 임시로 B씨 모친 집에 거주한 것뿐이었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범인도피 혐의로 기소된 B씨는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2심의 판단은 달랐다.
2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새 휴대전화를 개통해 받고, 은신처를 제공받은 행위는 형사사법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한다고 보기 어려운 통상적인 도피의 한 유형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결은 범인도피교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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