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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만에 연락 닿은 실종설 펑솨이, IOC와 통화...의문은 여전

- 성폭행 의혹 언급 없이 "안전하며 사생활 존중받고 싶다"

20일 만에 연락 닿은 실종설 펑솨이, IOC와 통화...의문은 여전
21일(현지시간)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펑솨이가 화상 통화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베이징=정지우 특파원】중국 전직 최고지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실종설이 불거진 중국 테니스 스타 펑솨이(35)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직접 통화를 했다고 주요 외신이 21일(현지시간) 전했다. 자신의 안전을 증명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간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도 연락이 닿지 않았던 펑솨이와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IOC 발언 이후에야 통화가 이뤄진 점,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일절 언급이 없는 점, 처음부터 관영 매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내온 점 등 풀리지 않은 의문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외신에 따르면 IOC는 성명을 내고 펑솨이가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이날 영상 통화에서 자신은 현재 베이징 집에서 안전하게 잘 지내고 있으며 사생활을 존중받고 싶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또 지금은 친구 및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길 원한다면서도 자신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스포츠인 테니스는 계속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IOC는 전했다.

영상 통화는 약 30분간 이뤄졌으며, 엠마 테르호 IOC 선수위원장과 리링웨이 중국 IOC 위원이 배석했다.

IOC는 또 바흐 위원장이 내년 1월 베이징에 도착한 뒤 펑솨이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기로 했으며, 펑솨이도 이를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소개했다.

테르호 선수위원장은 영상 통화 후 “펑솨이가 잘 지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돼 안심이 된다. 그녀는 여유로워 보였다”면서 “그녀가 편할 때 언제든지 연락을 취할 수 있다고 얘기해줬다”고 말했다.

펑솨이와 직접 연락이 닿은 것은 20일 만이다. 그는 지난 2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장가오리(75) 전 부총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뒤 2001~2012년까지 지속해서 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이후 테니스계와 일부 언론에서는 펑솨이의 소식이 끊겼다며 실종설을 제기했다.

이 때문에 세계적 테니스 스타와 테니스협회, 유엔 인권기구, 미국·영국 정부가 문제 제기를 한데 이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까지 나서 내년 2월 베이징동계올림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딕 파운드 IOC 위원은 20일(현지시간) 언론과 인터뷰에서 “펑솨이 문제와 관련, IOC가 2022년 베이징올림픽 개최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수 있다”고 밝혔다.

IOC 선수 위원회도 “매우 우려하고 있다. 그녀와 동료 선수들의 자유로운 접촉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조용한 외교가 최신의 해결책”이라며 그 동안 논평을 거부해오던 IOC가 강경한 태도로 바꾸면서 이제 펑솨이 문제는 올림픽과도 연관되는 중요한 이슈로 급부상하고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펑솨이가 직접 IOC와 연결된 것은 이로부터 이튿날 곧바로 이뤄졌다. 펑솨이는 그 동안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등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들과 유엔 인권사무소에서 자신의 안전에 대한 우려를 표시해도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중국 관영 매체들이 펑솨이의 친구나 취재원으로 받았다며 그녀의 사진과 동영상을 트위터에 공개하는 식으로 소식을 전할 뿐이었다.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가 “펑솨이의 안전이 규명되지 않고 성폭행 피해 주장이 제대로 조사되지 않는다면 수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중국에서 사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비판한 뒤에도 스티브 사이먼 WTA 회장에게 “성폭행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 집에서 쉬고 있다”는 이메일만 보냈다. 이로 인해 의혹은 오히려 증폭됐다.

펑솨이가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지만 풀리지 않은 의혹은 아직 남아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 속에서도 두문불출했던 펑솨이가 베이징올림픽 발언 뒤에야 IOC와만 통화를 한 것이나 성폭행 의혹을 한 뒤 사실이 아니라고 말을 바꾼 이유에 대해선 설명이 없다. 중국 정부의 성폭행 가해 의혹 대상자에 대한 조사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중국의 소셜미디어에서는 펑솨이의 미투 주장이 검색되지 않는다.
IOC 영상 통화가 검증 가능한 ‘안전 증거’인지 여부는 향후 따져봐야할 사안으로 꼽힌다.

펑솨이는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테니스 대회 여자 복식 우승자로 2014년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선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펑솨이 사건이 불거진 것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결정하는 내년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견제 세력을 숙청하기 위한 권력 암투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jjw@fnnews.com 정지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