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지스함, 고고도 미사일 SM-3가 없다.
상층방어용 요격미사일 SM-3 확보사업, 전력 공백 없어야
현대중공업이 지난 2008년에 인도한 우리나라 최초의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지난 2월 '존 폴 존스' 구축함의 요격미사일 SM-3 블록 IIA 발사 장면.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신의 방패라 불리는 이지스함이 2007년 한국에서도 처음으로 전력화되었지만 15년 가까이 된 지금도 방패 능력 중에 가장 핵심인 탄도탄 요격미사일 없이 해상방공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사실상 해상탐지작전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한국 해군은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을 보유하고 있다. 탄도미사일을 최대 1000㎞ 밖에서 탐지할 수 있어 북한 미사일 발사 때마다 감시와 탐지에 활약했다. 그런데 탄도미사일 탐지능력만 있을 뿐 정작 요격할 수 있는 요격미사일이 없어 비판과 우려를 받아왔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한국은 현재 하층방어 기반 요격방식에 머물어있어 북한의 탄도탄 공격에 매우 취약한 상황이며 L-SAM을 전력화해도 다층방어의 충분성은 달성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미군의 사드도 요격고도가 40-150km라는 점에서 상층방어는 공백 상황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현재 개발하고 있는 한국형 L-SAM은 지상발사용이지 해상발사용이 아니다. 또한 L-SAM이 해상발사용으로 운용되려면 Mk.41 VLS 운영 문제에서부터 해결해야 한다. 물론 KVLS가 있으니 그것을 이용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지스 시스템과 소프트웨어의 통합이 필요한데 미국이 그것을 용인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 L-SAM의 해상형을 개발해 KDDX혹은 FFX batch-III의 KVLS에 장착하여 사용하는것을 고려해야 한다. 또 L-SAM은 SM-3과 요격고도가 비교가 안된다. 즉 요격개념이 상대적으로 다른 미사일이라는 것이다.
한편 2017년 북한이 발사한 화성-15형의 최대고도는 4500km였다. 이는 북한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고각발사하는 전술을 사용할 것임을 시사한다.
장거리 탄도미사일은 한국에는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일각의 주장과 달리 고각발사할 경우 한국, 특히 제주도와 같은 섬들도 타격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성비 고려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이용한 타격이 더 적합한 선택지겠지만 전략적, 작전적 효과 극대화를 위해 장거리 탄도미사일도 고각발사방식으로 사용할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반 센터장은 "한국이 다층방어 체계로 가면서 중층 및 상층방어도 가능한 요격미사일을 구비해야 북핵·미사일에 대한 한·미·일 공조수준을 한층 높일 수도 있고 대미 레버리지도 높이고 나아가 한미동맹 결속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너지도 창출할 수 있다"면서 "MD 체계 편입이라는 식으로 매도하여 논의를 회피하거나 지연할 수만은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반 센터장은 “독자적 방어능력과 연합방어 능력을 동시에 제고시키기 위해서라도 다층방어에 기반한 미사일 전력화에 관심을 높여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반 센터장은 그러면서 "광개토-III 배치-II 사업으로 추진되는 이지스 후속함에서도 제대로 된 탄도탄 요격미사일 장착 소식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지스함은 ‘무늬만 신의 방패’가 아닌 ‘제대로 기능하는 신의 방패’가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이지스함 탑재 요격미사일엔 SM-3와 SM-6가 있다. SM-3는 상층방어가 가능한 요격전용 미사일이지만 SM-6 미사일은 대함·대공 등 다용도이기에 탄도탄 방어에 특화된 요격미사일로 분류되긴 힘들다.
군에선 당초 차기 이지스함에는 최신 탄도미사일 탐지 및 요격 이지스 체계인 ‘베이스라인 9’을 탑재하고 있어 SM-3 미사일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이후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지난 3월 북한이 발사한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등 비행거리 600㎞, 최대 비행고도가 35~60여㎞에 불과한 북 신형 미사일과 초대형 방사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위협으로 부상한 KN-23 개량형 등 북 신형 미사일은 SM-3로 요격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요격이 어려운 KN-23 개량형에 전술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면 북한이 굳이 핵탄두 노동미사일을 고각발사할 필요성도 낮아진다고 보는 의견도 있다.
즉, SM-3 블록1B의 최저 요격고도가 70~90㎞에 달해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KN-23 개량형을 요격할 수 없다는 문제가 대두한다.
한편, 도입이 유력했던 SM-3 블록1B는 최대사거리는 약 900㎞, 최대 요격고도는 약 500㎞ 정도다. 그런데 SM-3의 최대 요격고도는 500㎞에 달하니 우리 입장에선 ‘지나친 고사양’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한 데엔 북한 후방기지(영저동기지)에 배치돼 있는 노동 미사일이 고각발사로 우리 수도권을 겨냥할 경우 미국산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이나 국산 천궁-2 미사일로는 요격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방사청은 2021년 10월 12일 국정감사에서 SM-3나 SM-6 등의 해외 도입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나 사실상 L-SAM 해상형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며, 국내 체계개발에 우선을 두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세종대왕급 Batch-2 초도함 진수가 2024년임에도 그 안에는 L-SAM 해상형이 나올 수 없다는 점, SM-6는 ROC 미달인 점, 무엇보다도 소요군(해군)의 요구를 무시하고 기종을 선정하는가에 대한 질타가 있었고 방사청장은 방사청이 기종을 결정한 것은 아니며 국방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탄도탄 요격미사일과 관련해 대북억지력 확보에 공백이 없도록 국방부와 방사청, 해군의 숙의와 합리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기대해 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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