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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측근들 연희동 집결..엇갈린 시민 표정

전두환 측근들 연희동 집결..엇갈린 시민 표정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자택 입구에서 민정기 전 비서관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향년 90세를 일기로 사망하면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 앞 분위기는 깊게 내려 앉았다. 제5공화국 시절 전 전 대통령과 함께 했던 핵심 참모들과 의료진 등이 자택을 분주히 오갔고 경찰은 몰려드는 취재 인력에 대비해 경력을 투입하고 폴리스 라인을 설치했다. ·
이날 오전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연희동 자택 앞에서 브리핑을 열고 전 전 대통령 유언 내용을 공개했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전 대통령은)'북녘이 내려다 보이는 전방고지에 백골로 남고 싶다'고 했다"며 "2014년 발간한 회고록이 사실상의 유서"라고 밝혔다.

이어 "(전 전 대통령이) 평소에도 가끔 '나 죽으면 화장해서 뿌려달라'고 말했다"면서 "가족들은 유언에 따라 그대로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전 전 대통령 빈소는 신촌세브란스병원 특1호실에 마련됐으며 가족장으로 치뤄질 예정이다.

그는 5·18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질문을 하는 취재진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한 기자가 '전 전 대통령이 사망 전 광주민주화운동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남긴 말은 없나'라고 묻자 "질문 자체가 잘못됐다"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그냥 막연하게 사죄하라는 건 옛날 원님이 사람 붙잡아 놓고 '네 죄를 네가 알 터이니 이실직고하라'는 것 아닌가"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민 전 비서관은 이어 "광주 피해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그런 말씀은 이미 하셨다. 더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라고 따져 물으며 "보안사령관이 발포 명령을 했다는 것도 말이 안 된다"고 항변했다.

전 전 대통령의 영원한 복심으로 불리는 장세동 전 안기부장은 오전 11시45분쯤 침통한 표정으로 연희동 자택에 들어섰다. 이용택 전 국회의원 등 원로인사들은 오후 1시40분쯤 모습을 드러냈다. 장 전 부장은 소회 등을 묻는 질문에 "그런 것 묻는 것 아니다"라고 답하며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이날 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연희동 자택과 빈소가 차려진 신촌세브란스 병원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 시민은 연희동 자택 앞에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 중 헬기사격 등에 대한 전 전 대통령의 책임을 부정하는 유인물 등을 취재진에 배포하기도 했다.
또 다른 시민은 빈소가 차려지기 전부터 군복을 입고 장례식장을 찾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50분께 운구차량에 전 전 대통령의 시신이 실리자 유족 등 10여명은 약 10초간 묵념했다. 이후 운구차량은 오후 2시52분께 빈소가 마련된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출발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