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전 대통령 사망으로 진행 중이던 형사재판은 공소 기각될 전망이다. 다만 5·18 단체 등이 전 전 대통령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 민사재판은 그의 가족 등이 이어받아 계속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나, 미납추징금 956억원 환수 여부는 사실상 불투명하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형사1부(김재근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 중인 전 전 대통령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재판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 기각 가능성이 높다.
형사소송법 328조는 피고인이 사망한 경우 공소 기각(형식적 소송조건이 미흡해 소송 종결하는 것)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의 공소기각 결정이 확정되면 1심 판결의 효력은 상실된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발간한 회고록에 '5·18 당시 헬기 기총 소사는 없었다. 조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라고 써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역사 왜곡 회고록을 출판해 조 신부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했다고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민사소송법 233조에 따르면 당사자가 죽은 때에 소송절차는 중단되며, 이 경우 상속인 등 법률에 따라 소송을 계속 수행할 사람이 승계받도록 돼 있다.
법원 관계자는 "민사소송법상 소송절차를 이어받지 않는 경우 법원이 직권으로 소송절차를 계속 진행하도록 명할 수 있다"며 "전 전 대통령 가족이 받아들이지 않아도 소송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1심은 회고록 69곳이 사실을 왜곡했다며 2018년 9월 전 전 대통령이 원고 측에 7000만원을 배상하라며 판결한 바 있다.
9년 간 이어왔던 추징금 환수 절차는 미납금 956억원을 남긴 채 멈출 가능성이 높다.
서울중앙지검에 따르면 전 전 대통령의 전체 추징금은 2205억원으로 그 중 약 57%인 1249억원이 환수됐다.
검찰은 현재 미납추징금에 대한 법리 검토를 진행 중이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미납 추징금 환수가 사실상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조세, 전매 기타 공과에 관한 법령에 의해 재판한 벌금 또는 추징은 상속 재산에 대해 집행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전씨의 미납 추징금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김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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