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반란으로 집권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정치권 여야 떠나 비난 쏟아져
"역사의 책임 반드시 묻겠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사망한 23일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상조회사 직원들이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신군부의 상징으로 꼽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하지만 끝내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에 대한 사죄도, 용서도 안 구하고 떠났다.
이에 정치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모두 전 전 대통령 빈소 조문은 가지 않기로 하면서 전 전 대통령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달리 쓸쓸한 퇴장을 맞이하게 됐다. 신군부를 함께 이끌던 친구이자 후임 대통령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28일 만에 같은 길을 떠났지만, 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노 전 대통령과는 달리 부정 일색이다. 이에 범여권을 중심으로 전 전 대통령에 대한 애도보다는 비난과 분노가 집중되는 가운데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서도 대선후보와 당 지도부 모두 거리를 두고 있다.
■신군부 이끈 全, 5·18 사죄 없었다
1988년 11월 23일 대통령 재임기간 과오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아내 이순자씨와 강원도 백담사에 들어간 지 33년 되는 날, 세상을 떠난 전 전 대통령은 12·12 군사쿠데타와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진압 등에 대해선 사과를 하지 않았다.
지난달 말 별세한 노태우 전 대통령은 유족이 5·18 유족을 찾아 사죄한 데 이어 유언을 통해서도 과오를 반성해 국가장을 비롯, 정치권의 조문이 잇따랐으나 전 전 대통령은 이와 다르다는 지적이다.
전 전 대통령 측 민정기 전 청와대 공보비서관은 이날 전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5·18 피해자 유족에 대한 사죄 표명에 대해 "(전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여러 조치를 충분히 못했기에 그 점이 유감스럽다는 말씀을 하셨다"며 "구체적으로 전 전 대통령이 무슨 발포명령을 해서 사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서거 직후 같은 해 12·12 군사반란으로 군을 장악한 전 전 대통령은 5·17 내란을 일으켜 김대중, 김영삼 등 야권 인사를 연행한 데 이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신설해 국정을 장악했다. 이 같은 5·17 내란에 항의해 일어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서 벌어진 유혈진압으로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이날 사실상의 유언을 소개하는 자리에서도 5·18 피해자 유족에 대한 전 전 대통령의 사죄 언급은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범여권은 분노를 표했다.
■與 '분노'…野 '거리두기'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각당 대선주자를 비롯해 정치권은 전 전 대통령 빈소 조문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광주와 전남, 전북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씨는 마지막 순간까지 반성도, 사죄도 없었고 법원이 이제 처벌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비판했다.
송갑석, 한병도, 이개호, 김성주,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살인마 전두환'이 사망했다. 고인에 대한 애도보다는 허망하고 분한 마음이 앞선다"며 "내란 학살의 주범인 전씨의 죽음으로 1980년 5월 헬기사격의 진실을 밝힐 기회도 소멸됐다. 그러나 역사의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SNS를 통해 "그의 사망 소식에 끝까지 자신의 죄의 용서를 구하지 못한 어리석음에 분노와 안타까움을 느끼게 된다"며 "그의 생물학적 수명이 다해 형법적 공소시효는 종료됐지만 민사적 소송과 역사적 단죄와 진상규명은 계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송 대표는 전 전 대통령 사망과 관련, "민주당은 조화, 조문, 국가장 모두 불가"라며 "역사의 진실을 밝히고 이에 대한 정의를 세우는 길은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했다.
보수정당이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도 전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철저히 했다.
당초 조문 계획을 밝혔던 윤석열 대선후보까지 입장을 선회해 조문을 가지 않기로 한 데 이어, 이준석 대표는 조화는 보내되 조문은 가지 않는 방향을 결정했다. 대선 경선에서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으로 홍역을 치렀던 윤 후보도 국민 여론을 의식해 결국 전 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란 설명이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전 전 대통령에 대해 집권기간에 경제를 빠르게 성장시켰음에도 한국에서는 독재자로 기억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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