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희생자에 사죄 안해
용서 기회 스스로 걷어차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사망했다. 향년 90세. 전씨에 대한 조문을 두고 정치권은 둘로 쪼개졌다. 사진은 2019년 3월11일 5·18 민주화운동 관련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들어서고 있는 모습. /사진=뉴스1
전두환 전 대통령이 23일 별세했다. 향년 90세. 육군사관학교 동기(11기)로 평생지기인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28일 만이다. 전 전 대통령은 10·26과 12·12 사태(1979년), 5·18 민주화운동(1980년)으로 치닫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한국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노 전 대통령은 참회했다. 전 전 대통령은 반성 없이 떠났다. 본인을 위해서나 우리 사회를 위해서나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 전 대통령은 최근까지 광주지방법원에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전씨는 2017년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불렀다. 이에 대해 법원은 1심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전씨는 이에 불복했고, 조만간 항소심 선고가 예정된 가운데 당사자가 세상을 떠났다. 전씨는 마지막까지 5·18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
전 전 대통령 재임(1980~1988년) 중 기억할 만한 일이 몇가지 있다. 1981년 당시 서독의 바덴바덴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서울이 198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1983년엔 버마(현 미얀마) 방문 도중 북한 공작원에 의한 아웅산 테러 사건이 터져 수행원 수십명이 희생되는 비극이 발생했다. 재임 기간 세계 경제의 3저(저달러·저유가·저금리) 호황에 힘입어 우리 경제가 고속성장을 지속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두환 시대는 우리 역사에 두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암울한 시기로 남았다. 그만큼 민주화와 인권을 군홧발로 짓밟은 불법 쿠데타는 한국 사회에 큰 상처를 남겼다. 전씨는 1989년 12월 31일 5공 특위 청문회에 출석했으나 변명으로 일관해 진실을 바라는 온 국민에게 실망을 안겼다.
반성과 참회가 없으니 용서도 화해도 없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23일 "조문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전직 대통령이니 가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중에 중앙선대위를 통해 번복했다. 청와대는 "조화, 조문 계획이 없다"며 "끝내 사과도 없었다는 점에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세상을 떠난 뒤에도 전직 국가원수 대우를 받지 못하는 전 전 대통령의 아흔 생애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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