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불거진 '여경 무용론'이 젠더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일각에선 경찰조직 내부의 채용 및 승진 절차와 업무분장 등에서 '여경 특혜'가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경찰행정 전문가들은 '여경 무용론'과 '여경 특혜론'을 경계하며 경찰 조직과 법무행정 제도 개선을 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24일 시민사회에 따르면 이번 '여경 무용론'은 지난 15일 발생한 인천 다세대 주택 층간소음 흉기 난동 사건과 경기도 양평 흉기 난동 제압 현장에서 촉발됐다. 두 사건 모두 현장에 출동한 여경이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고 현장을 이탈해 도망쳤다는 의혹마저 제기됐다.
여기에 정부가 현재 11% 수준인 여경 비율을 오는 2022년 15%까지 늘리기로 하면서 '역차별'이란 비판도 나온다. 실제 올해 일반·해양경찰은 신규 채용 경찰관 중 여경의 비중을 소폭 확대했다. 올 상반기 임용된 일반공채 신임 순경 1894명 중 여경은 524명(27.7%)으로, 지난 2019년 대비 1.5%포인트 늘었다.
경찰조직 내부에서 갈등도 발생한다. 최근 서울 내 한 경찰서에선 연말 정기 특진심사 대상자 9명 중 여경이 7명, 남경이 2명 올라왔다. 이에 대해 일부 경찰 관계자들은 "동일기준 동일평가가 아닌 것 같다", "여경 우대가 아니라 여경 우선이다", "성별과 이름을 가리고 블라인드 심사를 해야 한다" 등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해당 경찰서는 "특진심사 대상자는 여경, 남경을 떠나 자신이 직접 공적서를 작성해 신청하는 것"이라며 "특진 심사에서 여경 비율이나 여경 가산점 등은 없다"고 반박했다.
시민사회는 '여경 무용론'이 자칫 여성 혐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어떤 직업이나 직무든 차별을 둬선 안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담론"이라며 "남성도 두려움을 느끼거나 훈련이 미흡하다면 마찬가지 경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나의 문제로 여성 무용론이 나오는 것은 여성 혐오로 연결될 수 있다"며 "일부의 문제를 확대 해석해 사회적 분열과 대립을 만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했다.
경찰조직과 법무행정 제도 개선 요구도 나왔다. 이건수 백석대 경찰학과 교수는 "여경 무용론은 본질이 잘못되고 있다"며 "인천 층간소음 사건도 남경, 여경의 문제가 아니다. 2인 1조로 움직여야 하는 초동 대응 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또 "현장에서 여경의 역할은 분명하다"며 "흉기를 들고 있는 범인 등에 대해선 진압 무기를 강하게 사용해도 문제삼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상철 한신대 사회학과 교수도 "(여경 무용론은) 평등주의를 기계적으로 적용한 결과"라며 "이럴 경우 경찰 채용과 승진 등 내부적으로도 갈등이 생기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윤 교수는 "경찰 선발과정을 과거처럼 (남녀 모두에게) 동일한 체력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우선 바꿔야 한다"며 "이후 신체조건을 보완할 무력 사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거친 후 여경 채용 비율을 재차 논의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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