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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 터키 백기사로 등장...10년 갈등 봉합에 리라 폭등

[파이낸셜뉴스]
UAE, 터키 백기사로 등장...10년 갈등 봉합에 리라 폭등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왕세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니히안(오른쪽)이 24일(현지시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왼쪽) 터키 대통령의 안내를 받으며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다. 셰이크 모하메드의 터키 방문으로 양국간 10년 갈등이 봉합 물꼬를 텄고, 추락하던 터키 리라화는 대폭 상승했다. AP뉴시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터키 경제를 구해줄 백기사로 등장했다.

아랍 오일머니를 주무르는 UAE 실권자가 약 10년만에 처음 터키를 방문해 양국 관계 해빙 물꼬를 튼 덕이다.

100억달러 투자 약속에 리라 10% 폭등
아부다비 왕세자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히안이 24일(이하 현지시간) 터키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을 만나 100억달러 투자를 약속한 덕에 추락하던 터키 리라화가 기사회생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23일 미국 달러에 대해 12% 가까이 가치가 폭락하며 거의 자유낙하했던 리라는 이날 최대 10% 상승하며 낙폭 상당분을 만회했다.

서방의 투자가 중단된 가운데 UAE가 터키에 대한 아랍 투자 물꼬를 틀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결과다.

리라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를 환영하며 통화정책 개입을 재확인한 여파로 전날 폭락했다.

셰이크 모하메드는 트윗에서 양측이 "양국 관계를 강화화는 방법에 대해 논의를 집중해 열매를 맺었다"고 말했다.

터키-아랍간 기념비적 사건
터키와 걸프만 아랍지역 국가들간 관계 전문가인 시넴 센기즈 애널리스트는 양국 정상 만남이 이 지역의 지정학에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센기즈는 셰이크 모하메드의 이번 방문이 "10년에 걸친 갈등 뒤 터키와 UAE간 관계 전환을 알리는 상징"이라고 말했다.

양국은 2010년 12월부터 시작된 아랍지역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인 이른바 '아랍의 봄' 이후 서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경쟁해왔다.

터키는 아랍 내 동맹인 카타르와 함께 '아랍의 봄' 당시 시위대를 지지했다.

양국의 갈등은 석유자원이 풍부한 북동아프리카 지역 대리전과 리비아 내전으로 첨예화했다.

그러나 달라진 국제정세와 경제 흐름이 양국간 앙금을 푸는 계기가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경기 둔화 여파로 중동지역 국가들이 외교정책을 수정하고, 긴장 완화를 추구하는 가운데 터키와 UAE간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UAE는 팬데믹 이후 경기회복세를 끌어올리는데 외교역량을 집중하고 있고, 에르도안 대통령은 서구와 갈등 속에 UAE와 관계회복을 추구하면서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두바이 에미레이츠대의 정치학 교수 압둘칼레크 압둘라는 양국이 지난 10년간 서로 목을 겨눴지만 양측 모두 KO시킬 수는 없다는 점을 깨닫고 화해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다.

UAE, 대규모 투자 약속
양국은 이날 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개발지주회사(ADQ)와 터키국부펀드(TWF)간 양해각서를 통해 대규모 경제협력에 합의했다.

ADQ 최고경영자(CEO) 모하메드 하산 알-수와이디는 터키국영 아나돌루 통신에 UAE가 터키 투자를 위해 100억달러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터키 국영 TRT통신에 따르면 UAE는 터키와 협력해 에너지·기술·보건·항만·물류 등에 대규모로 투자한다.

양국간 통화스와프 협정 체결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양국간 갈등 핵심은 남아있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지적했다.

해묵은 10년 분쟁 봉합 물꼬
한편 양국은 2010년 말 아랍의 봄 당시부터 갈등을 빚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력 동맹인 UAE 군주정이 아랍의 봄 혁명은 지역 안정과 UAE 군주정을 위협한다며 억압한 반면, 터키는 카타르와 손잡고 시위를 부추겼다.

양국은 리비아 내전에서 대리전도 치렀다. UAE 관리들은 터키가 아랍의 일에 간섭하려 한다고 비난해왔다.

2017년 사우디와 UAE가 주도하는 아랍국가들이 카타르에 대한 무역·여행 중단 조처를 취하자 터키는 카타르 수도 도하의 군 기지에 군 병력을 파견해 카타르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

양국 긴장 완화는 아랍에서 시작됐다.

사우디가 올해초 카타르에 대한 걸프만 아랍 국가들의 보이콧을 해제하면서 얼어붙었던 분위기가 풀렸다.

결국 24일에는 그동안 앙숙이었던 UAE와 터키가 대규모 경제협력에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