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어키운 내 동생 점순이, 살아있는지 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1975년 3월 1일 토요일 아버지를 따라 전주 친척집에 들렀다 실종된 김점순씨(당시 만 5세·사진)는 전북 임실에서 2남2녀중 막내딸로 태어났다.
첫째 딸 김영희씨는 점순씨가 태어났던 그 날을 또렷이 기억했다. "제가 8살이던 해였어요. 따듯한 기운이 완연해 옷을 가볍게 입고 학교를 다니던 1학기 막바지였는데, 어머니가 그날 산통을 느끼시고는 '어서 가서 할머니를 집으로 모셔오라'는 말에 얼른 뛰어갔던 기억이 나요."
점순씨 어머니는 점순씨가 두 살 되던 해에 돌아가셨다. 아버지는 같은 해 의붓어머니를 집에 들였고, 이후 의붓어머니는 제일 어린 점순씨를 구박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이후 집에 계모가 들어왔어요. 막내 동생이 어려서 그랬는지 몰라도 동생 머리를 사내아이처럼 박박 밀어놓고, 겨울에도 씻긴다며 발가벗겨 세워놓고 많이 때리는 등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구박을 심하게 했죠."
김씨는 돌아가신 어머니를 대신해 냇가에서 동생의 천기저귀를 빨고, 거의 업어 키우다시피 했다. 또 친어머니를 일찍 여읜 동생이 빈 자리를 느낄까 싶어 매사 막내 동생을 데리고 다녔다. "당시 저희 집에서 조금 내려가면 나오는 가운데 정각을 둔 작은 방죽이 있었어요. 한겨울에 방죽이 꽁꽁 얼면 그 위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오빠가 만들어준 나무 스케이트에 점순이를 태워서 놀았죠."
김씨는 당시 여느 아이들처럼 철둑길에서 함께 놀았던 기억도 있다. 당시 점순씨의 집은 아이들 걸음으로 10여분 걸어나오면 봉천과 오수역 사이를 지나는 철둑길이 나왔다. 그 길에서 동생 점순씨와 함께 철둑길에 쌓인 자갈을 가지고 놀거나 기찻길 나무 사이를 뛰어 놀았다고 했다.
김씨가 기억하는 막내동생 점순씨는 웃음이 많고 밝은 아이였다. 노래를 곧 잘 부르던 점순씨는 가수 정미화씨가 부른 '또 만났군요(1974)'의 가사 "안녕하세요. 또 만났군요"를 흥얼거렸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를 따라 전주 친척집을 방문한 점순씨는 오후 6시 즈음 어둑해질 무렵 집을 나선 뒤 행방불명이 됐다. 아버지가 친척 어른들과 담소를 나누는 사이 점순씨 홀로 집을 나섰다가 길을 잃은 것으로 김씨는 추정하고 있다.
김씨는 살뜰히 돌보던 동생이 하루 아침에 사라진 충격에 지금까지도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DNA 확인을 통해 실종 가족이 수십년만에 상봉했다는 소식을 듣고 아버지를 모시고 경찰서에 가 DNA등록도 마쳤다.
김씨는 "올해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는데, 가시면서 '막내 꼭 좀 찾으라'고 당부하셨다"며 "동생을 잃어버린 당시에는 아버지께서 말씀을 자세히 안 해주셔서 제가 성인이 돼서야 실종된 동생을 아동권리보장원에 등록하고 서울 서부경찰서를 찾아 DNA 등록도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저도 당시 어린 나이라 동생을 지켜주지 못한 것 같아 지금까지 한으로 남아있다"며 "언니로서 해볼 수 있는건 다 해봤는데 아직 찾지 못해서 마음 한 켠이 너무 무겁다"고 토로했다.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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