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불황·비대면·범죄지능화 영향
작년 34만7천건…전체 범죄 21%
경제 취약층 표적… 극단선택까지
상습 사기범죄자 신상공개 주장도
게티이미지뱅크
'대한민국은 사기 공화국'이란 오명이 나날이 짙어지고 있다. 연간 사기 범죄 건수와 비율은 가파르게 늘어나는 동시에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마저 잇따른다. 전문가들은 "지금 한국사회는 '사기 범죄'가 판치기 좋은 환경"이라며 "사기 가해자와 피해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사기 범죄, 매년 3만건 이상 증가
29일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연간 사기 범죄 건수는 최근 4년간 증가세다. 지난 2017년 23만1489건을 기록한 사기 범죄 건수는 2018년 27만29건, 2019년 30만4472건, 2020년 34만7675건으로 매년 증가했다. 전체 범죄에서 사기가 차지하는 비중도 늘었다. 전체 범죄 중 사기 범죄 비율은 2017년 13.9%에서 2020년 21.9%로 올랐다.
전문가들은 사기 범죄 증가 요인으로 △경기불황 장기화 △비대면 추세 △범죄 지능화를 꼽았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 어려워질수록 사기는 더 기승을 부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시중 일반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1~2%대로 저조한 가운데 투자처를 찾다 높은 이익률에 혹해 사기를 당하는 사례 등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이 늘어난 점도 사기 범죄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들이 점차 비대면 절차에 익숙해지다 보니 자신도 모르는 새 '악성앱'도 깔게 되고 고가의 물건을 살 때도 입금부터 하는 등 부주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습사기범도 신상공개 해야"
사기 범죄의 대상은 대체로 경제적 취약계층이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 보이스 피싱 피해자는 대부분 '내가 검사다, 경찰이다' 같은 말이 아니라 '대출해 주겠다'는 말에 속는다"고 말했다.
사기 범죄 피해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잇따른다. 조영일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 등이 발표한 '사기 범죄의 발생 증가원인 분석 및 경찰의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사기 범죄 발생, 특히 컴퓨터 등을 통한 사기 증가는 다음 해 자살률에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관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사기 범죄가 가해자와 피해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바탕으로 상습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사기 범죄자는 공공기관의 허가 절차가 불투명하다는 인식을 악용해 마치 특혜를 주려는 것처럼 접근하기도 한다"며 "금융업자의 설명 의무와 정보 공시 등에 대한 투명성을 높여 이 같은 인식을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상습 사기 범죄자도 성범죄자와 마찬가지로 신상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다중사기범죄 피해 방지법'은 "법원으로 하여금 상습으로 다중사기범죄 행위를 한 자 등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성명, 나이, 주소 및 실제거주지, 사진, 다중사기범죄 요지 및 전과사실 등의 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명령을 동시에 내리게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 실장은 "사기꾼이 처벌을 받고도 다시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투자자를 모으는 경우가 많다"며 "신상 공개 같은 방식으로 알려 동일인의 범행을 예방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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