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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옳다

청년층 선심 논란 있지만
업권법과 같이 가야 정상

[fn사설] 가상자산 과세 유예가 옳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11월29일 조세소위를 열고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를 당초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유예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에 합의했다. 여야가 합의한 만큼 개정안은 조만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뉴스1
여야가 가상자산 수익에 대한 과세(세율 20%)를 2022년에서 2023년으로 1년 늦추기로 합의했다. 11월2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이런 내용으로 소득세법을 고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의한 만큼 개정안은 조만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과세 유예는 올바른 결정이다. 이제 가상자산업을 육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는 업권법 제정이 과제로 남았다.

과세 유예를 두고 민주당·국힘의 선심성 밀실 합의란 비판이 나온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 표를 의식했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선거를 앞두고 기득권 양당이 또다시 밀실에 숨어 자산 과세를 무력화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을 받을 소지가 없지 않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 시장은 20~30대 청년층이 주력이다. 청년층 지지율이 열세인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11월11일 페이스북을 통해 "가상자산 과세를 1년 늦추겠다"고 약속했다. 윤석열 국힘 후보는 여러차례 "현 상태에서 과세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소득세법 개정은 두 후보의 대선 유세 약속과 일치한다.

그러나 우리는 선거 유불리를 떠나 과세 유예가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본다. 본란을 통해 우리는 줄기차게 과세는 투자자 보호와 같이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납세자가 왜 국가에 세금을 내는가? 그 보답으로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는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금융 관련업은 국책은행부터 시중은행, 금융투자(증권·자산운용사), 보험, 상호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업권법이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을 다루는 기본법은 아직 없다. 이 상태에서 세금을 매기면 반발은 당연하다. 과세는 적어도 업권법 제정과 동시에 가는 게 옳다.

이재명 후보는 "급하게 추진된 과세는 정당성을 얻기 어렵고 조세저항과 현장의 혼란을 불러오게 된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는 "정부가 과세권을 행사하려면 소득이 발생하는 기저를 잘 만들고 제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대선을 떠나 일리 있는 주장이다.

민주당 김병욱 의원은 11월초 기자회견에서 "올해(2021년) 안에 법을 만들고 내년(2022년)에 준비해 2023년 소득분부터 과세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국회는 작년 12월 가상자산 수익에 과세하는 소득세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법을 다시 바꾸지 않는 한 행정부는 이 법을 집행할 수밖에 없다. 과세 유예는 국회가 1년 전에 내린 성급한 결정을 바로잡는 첫 단추다.

이미 국회에는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발의한 가상자산 업권법 제정안이 여러 건 계류 중이다. 김병욱 의원이 5월에 낸 '가상자산 발전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윤창현 의원(국힘)이 10월에 낸 '가상자산산업기본법안'이 대표적이다.
이제 과세는 1년 말미를 얻게 됐다. 가상자산업 육성과 투자자 보호를 담은 업권법 제정이 다음 차례다. 국회가 속히 결자해지에 나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