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11월 30일(현지시간) 워싱턴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오미크론 충격에도 불구하고 채권매입 감축 속도를 높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 발언이 알려진 뒤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500포인트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11월 30일(현지시간)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연준의 채권매입 감축, 테이퍼링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앞서 11월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월 1200억달러 채권매입을 11월부터 축소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매월 150억달러어치씩 매입을 줄여 내년 6월에는 채권매입을 끝낸다는 계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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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 압력 고조"
그러나 파월은 이날 증언에서 채권매입 감축에 속도를 낼 수 있다면서 12월 14~15일 FOMC에서 이 문제가 논의될 수 있다고 증언했다.
파월은 전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변이로 인해 미 경제 회복세가 타격을 받을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상원 증언에서는 이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테이퍼링에 속도를 내 이전 예상보다 이른 시기에 금리인상이 시작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파월은 이날 증언에서 "현 시점만 보자면 경제는 매우 탄탄한 반면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은 더 높아졌다"면서 "따라서 연준의 자산매입 감축을...아마도 수개월 더 일찍 마무리짓는 것을 검토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다음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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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우지수, 500포인트 폭락
12월 FOMC에서 테이퍼링 증속 문제를 논의해 채권매입을 조기에 완료하겠다는 파월 발언에 금융시장은 곧바로 반응했다.
뉴욕 주식시장의 다우지수는 500포인트 가까이 폭락해 3만4600 수준으로 떨어졌고, 나스닥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각각 1.3%가 넘는 급락세를 기록했다.
'월가 공포지수'로 부르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7% 급등해 27포인트 수준으로 뛰었다.
오미크론이 시장을 강타한 지난달 26일 이후 연준의 금리인상이 지연될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미 국채 수익률은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것이란 우려로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연준 통화정책에 가장 민감히 반응하는 2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전일비 0.043%포인트 뛴 0.553%로 올랐다.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투자자들이 채권을 내다팔면서 수익률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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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변수에도 금리인상 빨라지나
연준이 테이퍼링에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은 이전부터 높았다.
11월 FOMC에서 연준이 11월과 12월에는 월 150억달러 감축을 이어가겠지만 내년 1월부터는 감축 폭을 확대할 수 있음을 시사한데다, 이후 발표된 물가지표들이 모두 급속한 인플레이션을 가리켜 채권매입 감축과 금리인상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다만 지난주 오미크론 여파로 불확실성이 높아져 시장에서는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높았지만 파월의 이날 발언으로 이같은 예상은 근거없는 것이었음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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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적' 단어 퇴역할 때"
파월은 이날 증언에서 혼선을 피하기 위해 그동안 연준이 줄곧 사용해 왔던 "물가상승은 '일시적'"이라는 표현을 더 이상 쓰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일시적(transitory)이라는 단어는 사람에 따라 다른 의미를 갖는다. 많은 이들에게 이 단어는 단기(short-lived)의 의미를 갖고 있다"면서 그러나 연준의 의도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파월은 "연준은 이 말을 높은 인플레이션 형태가 영원한 상태를 유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뜻으로 써왔다"면서 이때문에 혼선을 불러왔다고 시인했다.
그는 "연준이 생각하는 바를 좀 더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서는 아마도 지금이 이 말을 퇴역시킬 적절한 때가 될 것"이라고 말해 더 이상 단기적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파월은 이어 "연준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참호를 파고) 단단히 자리잡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고 다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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