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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까지"…이준석 잠적에 '윤석열 선대위' 내홍 격화

"그렇다면 여기까지"…이준석 잠적에 '윤석열 선대위' 내홍 격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대선 후보가 지난 11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그렇다면 여기까지"…이준석 잠적에 '윤석열 선대위' 내홍 격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이준석 당 대표가 지난 11월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1.11.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제20대 대통령선거가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행보가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선 후보와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 구성을 두고 '이준석 패싱' 논란이 확산하자 공식일정은 전면 취소하고 잠적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의 배경에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발생한 윤 후보 측과의 갈등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 대표가 윤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2030세대의 많은 지지를 받는 만큼 이 대표의 이번 행보가 윤 후보의 대선가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11월30일) 오전 9시로 예정된 언론사 포럼 참석 일정을 갑작스럽게 취소했다. 이후 당대표실은 이날 하루 이 대표의 모든 공식 일정은 취소됐다고 밝혔다.

이 대표 측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10시쯤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해 1시간쯤 머물렀고, 그 뒤로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항간에서 이 대표가 연천 모처로 이동했다는 정보도 돌았지만 잘못된 정보였고 이 대표는 부산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해공항에서 KBS에 포착된 이 대표는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 김용태 청년최고위원 등과 만났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저녁 강대식·김용판·김승수·엄태영·유상범 의원 등 초선 의원 5명과 술자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모임은 화기애애했으며, 이 대표는 적지 않은 술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술자리 중 자신의 페이스북에 두 번에 걸쳐 메시지를 올렸다. 첫 번째는 "그렇다면 여기까지입니다"란 메시지이고, 약 50분 후 '^_^p'라는 이모티콘도 올렸다.

이 대표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난무했는데, 다음날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잠적하면서 이 대표의 행보에 대한 의문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잠적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나 당 대표로서 공식 일정을 취소한 만큼 선대위 구성을 둘러싼 윤 후보 측과의 갈등으로 이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는 당 대표로서 선대위 구성에 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윤 후보 측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갈등설이 불거졌다.

여기에 각종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와 윤 후보 측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모습이 나타나면서 '이준석 패싱' 논란이 떠올랐다.

이 대표는 당초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원톱'으로 하는 선대위를 주장했지만, 윤 후보 측은 김종인 전 위원장이 거부감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진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상임선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결국 이에 대한 거부감으로 김종인 전 위원장의 선대위 합류는 사실상 불발됐고, 윤 후보 선대위는 김병준 위원장 체제로 활동을 시작했다.

여기에 이 대표가 반대했던 이수정 경기대 교수는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합류했다. 2030세대, 특히 남성들의 많은 지지를 받는 이 대표는 '페미니스트' 학자로 분류되는 이 교수 영입이 이들 세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반대해왔다.

아울러 윤 후보의 충청지역 방문 일정과 관련해 선대위에서 '이 대표의 동행 사실'을 발표한 것 역시 이 대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모습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라디오에 출연해 윤 후보의 충청 일정을 제대로 전달받지 못했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이 때문에 이 대표가 선대위와 관련해 '중대결심'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 후보 측은 이 대표의 의중을 확인하기 위해 직접 만남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윤 후보 최측근 인사인 권성동 당 사무총장은 이 대표가 공식 일정 취소를 알리자 노원구 소재 이 대표 사무실을 방문했지만 만나지 못했다.

권 사무총장은 "(윤 후보가) 대표를 직접 만나뵙고 왜 그러시는지 이유를 듣고 오라고 지시하셨다"고 밝혔고 윤 후보는 같은 날 충청지역 일정을 소화하던 중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잠적한) 이유를 파악해보고 한번 만나보라고 사무총장에게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윤 후보에게 적잖은 부담을 안길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위원장에 이어 이 대표까지 선대위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윤 후보 개인 정치력에 대한 의구심은 물론 선대위 내홍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나온다.

윤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는 2030세대와 소통할 적임자로 이 대표가 꼽혀왔던 만큼 당장 이들 세대의 불만을 잠재우는 일에도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당 대표와 대선 후보 간 갈등으로 계파갈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다.

당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김태흠 의원은 "대선 후보, 당 대표, 선대위 핵심 인사들 왜 이러냐"고 꼬집었다.
대선 경선을 뛰었던 하태경 의원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이 대표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며 "대선 승리 필승공식은 청년과 중도 확장"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호 의원은 "당 대표까지 설 자리를 잃으면 대선을 어떻게 치르려는 건가"라며 "후보가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했다.

홍준표 의원은 소통플랫폼 '청년의꿈'에서 "당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이 돼 대선을 치러야 하는데 이상한 사람들이 설쳐서 대선캠프가 잡탕이 됐다"고 선대위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