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전공 이공계 출신
영업그룹대표 시절 두각
디지털 전환 등 혁신 리더십 필요성
세대교체 바람도 한몫
계열사 CEO도 큰 변화 전망
[파이낸셜뉴스] KB금융이 안정보다는 변화를 선택했다. 차기 KB국민은행 행장에 50대 중반인 이재근 영업그룹 이사부행장이 내정됐다. 이번 KB국민은행장 내정엔 윤종규 KB금융 회장의 '혁신을 통한 미래금융 선도 전략'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그동안 은행권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 대체로 안정을 우선시하는 분위기였다. 이에 따라 금융권 일각에서는 허인 행장이 양호한 실적을 기반으로 또 한번 연임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었다. 그러나 새롭게 이재근 부행장이 은행장으로 내정되면서 이전과는 달라진 변화와 혁신의 기조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영업에서 두각
이재근 부행장은 금융권 CEO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수학을 전공한 이공계 출신이다. 그는 서울고와 서강대 수학과를 졸업한 후 KAIST 대학원 금융공학 MBA 학위도 취득했다. 이어 은행 영업그룹대표(이사부행장), 은행 경영기획그룹대표(전무) 및 지주 CFO(상무) 등 그룹 내 주요 핵심직무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룹의 주요 안건을 논의하는 회의체인 경영관리위원회 멤버로서,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운영 전반의 탁월한 경영 감각과 비전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는다.
이 가운데 영업그룹대표 시절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이 행장 선임의 주된 배경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라는 전례 없는 위기 속에서 영업그룹대표를 맡았지만, 실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영업력을 인정받았다. 허인 행장도 지난 2017년 행장이 되기 전에 영업그룹 부행장을 역임한 바 있다.
■안정보다 변화
빅테크와의 경쟁 고조 및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은행의 플랫폼 역량이 중요해진 가운데 은행 내부에서 그 어느 때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리더십의 필요성이 부각됐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이공계 출신으로서 해당 분야에 해박하다고 알려진 이 부행장이 상대적으로 더욱 주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최근 보수적인 은행권에서 강하게 불고 있는 세대 교체의 바람도 영향을 미쳤다. 이 부행장은 1966년생으로 다른 은행장들보다 젊다. 진옥동 신한은행장(1961년생), 권광석 우리은행장(1963년생), 박성호 하나은행장(1964년생)과 비교하면 많게는 다섯살 차이가 난다. 50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 MZ세대의 감성에 공감하는 수평적 리더십을 갖춰 임직원들의 신망이 높다는 전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66년생인 이 부행장이 오면서 은행권에서의 세대 교체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각에서는 이 부행장보다 나이가 많은 행장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계열사 CEO 변화 전망
이날 차기 KB국민은행장 내정을 신호탄으로 KB금융 계열사 CEO 인사 이동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먼저 이달 말 임기가 끝나는 허인 행장은 지주 부회장으로 승진 이동하게 됐다. 양종희 부회장만 있던 KB금융 부회장 대열에 허 행장이 합류한 것이다.
임기만료를 앞두고 있는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도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해 신설된 KB금융 부회장직은 현재 3연임 중인 윤종규 회장의 후계 구도로 인식돼왔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재근 부행장의 은행장 선임에 영향을 받아 KB금융의 다른 계열사 대표 자리에도 젊은 피가 대거 수혈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 "KB증권 등 계열사 9곳의 CEO 임기가 올해 말까지여서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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