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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올리고 수백억 보수

공정위, 62개 대기업집단 분석
미등기임원 재직 176건 달해
이사회 '거수기 문화'도 여전
상정 안건 99.62%가 원안 가결

대기업 총수나 총수일가의 이사 등재 비율은 매년 줄어들고 있지만 이사로 등재해 있지 않으면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비율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등기임원으로 여러 계열사에 이름을 올리며 수백억원대의 보수를 챙기는 등 권한을 누리지만, 책임은 회피할 가능성이 크다고 공정거래위원회는 우려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5월 1일부터 올 4월 30일까지의 62개 대기업집단 소속 2218개사(상장사 274개사) 현황을 분석해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2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213개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 중 120개사(56.3%), 359개 규제 사각지대 회사 중 75개사(20.9%)는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총수가 있는 54개 기업집단의 2100개 계열회사 중 총수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의 비중은 15.2%였다. 2019년엔 17.8%, 지난해 16.4%로 매년 등재 비율은 줄어들고 있다.

총수 본인은 1인당 평균 3개 회사에 이사로 등재됐다. SM(12개), 하림(7개), 롯데(5개), 영풍(5개), 아모레퍼시픽(5개) 등은 총수 1명이 5개 이상의 계열사에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총수일가가 이사회 활동을 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경우는 총 176건(임원이 여러 회사에 재직하는 경우 중복 집계)이었다. 이들은 사익편취 규제 대상 및 사각지대 회사에서 집중적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총수일가는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의 15.5%, 사각지대 회사의 8.9%에서 각각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본인은 1인당 평균 2.6개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중흥건설(11개), 유진(6개), 씨제이(5개), 하이트진로(5개)의 경우 총수 1명이 5개 이상의 계열사에 재직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총수일가가 등기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미등기임원으로 다수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라며 "지분율 높은 회사에 재직해 권한과 이익을 누리면서도 그에 수반되는 책임은 회피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수백억원의 보수를 받으며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이었다. CJ그룹의 이재현 회장은 CJ, 제일제당, CJ E&M 등 5개 회사에서 미등기임원으로 보수를 받았다. 이 회장이 이사로 올리지 않고도 CJ와 제일제당, E&M 이 3곳 회사에서 받은 보수만 123억79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은 같은 기간 5개 회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53억원 이상을 받았다.

한편 이사회 안건 대부분이 '거수기 문화'로 원안 그대로 가결되는 경우도 여전했다. 이사회 상정 안건의 99.62%가 원안 가결된 가운데,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상품·용역거래 한정) 안건 341건은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소액주주 의결권 행사 주식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소액주주가 행사한 주식 수가 지난해 총 6700만주에서 1억2700만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공정위는 "전자투표제를 도입하는 상장사도 지난해보다 대폭 늘었고 개인 주식투자자 비율도 높아지면서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