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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글로벌 게이트웨이

[fn스트리트] 글로벌 게이트웨이
유럽연합(EU)이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맞설? ‘글로벌 게이트웨이(Global Gateway)’ 전략을 최근 공개했다. 사진은 EU 의회에서 연설하는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사진=뉴시스
동서 냉전이 종식된 후 1993년 석학 새뮤얼 헌팅턴은 '문명충돌론'을 제기했다. 이념 대신 문명 갈등이 국제질서의 패러다임을 바꿀 동인이 될 거란 논리였다. 글로벌 패권 다툼을 경제적 이해관계가 아닌, 문명결정론으로 설명하는 견해였다.

그는 이념 대립이 끝나면 세계 정치의 중심축은 서구와 비서구 문명 간 상호작용에 좌우될 것으로 봤다. 그 바탕에서 서구와 이슬람 문명 간 전쟁 가능성을 예견했다. 21세기엔 중국의 도전이 거셀 것으로 전망했다. 그의 논쟁적 견해는 서구 문명에 대한 우월감이 깔려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2001년 9·11 테러 이후 탁견이라는 찬사도 받았다.

유럽연합(EU)이 지난 1일(현지시간) 오는 2027년까지 6년간 전 세계 사회기반시설과 디지털, 기후 사업 등에 최대 3000억유로(약 4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이른바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을 공식화한 셈이다. EU는 올 들어 유럽의 앞마당인 아프리카와 중동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중국에 맞서 이 전략을 검토해 왔다. 이번에 보스니아와 알바니아, 터키를 잇는 유럽횡단교통망(TEN-T) 구축,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항만 개발 등을 포함한 투자 대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중국은 그간 이 국가들에 일대일로(一帶一路)에 동참하라고 손짓해 왔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철도·항만·도로 등에 차관 형태로 투자하는 이 프로젝트는 사업주를 중국 기업에 몰아주며 피투자국을 '부채의 함정'에 빠뜨린다는 우려를 불러일으켰다. 글로벌 게이트웨이 전략이 중국의 패권을 저지하려는 EU의 맞불로 풀이되는 이유다.


EU는 이번에 저개발 국가를 자국 경제에 종속시키려는 중국에 맞서는 차원을 넘어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가치 실현을 위한 투자"를 표방했다. 중화주의와의 차별화 선언이다. 헌팅턴이 제기한 문명충돌론이 아직 일정 부분 유효하다는 느낌도 든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