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의 한 장면. 사진=뉴시스
작가 윤흥길의 대표적 장편소설 '완장'(2011년·현대문학)에서 완장은 남을 복종시키거나 지배할 수 있는 권력을 상징한다.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직도 '완장문화'가 남아 있다. 공무원, 군인, 경찰을 비롯해 언론기관이나 시민단체 종사자는 물론이고 일부 노동운동가들도 완장질을 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1억1000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6일 현재 93개국의 톱10 리스트에 올라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 속 광신자 행동대원인 '화살촉'은 드라마 속에서만 존재하는 완장 집단이 아니다.
화살촉이란 마우스를 움직일 때마다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디지털 표식이다. 화살촉은 개인정보를 까발리고, 가짜 뉴스를 퍼트리고, 저주를 퍼붓는다. 그들이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에 올린 게시물에 컴퓨터의 화살촉을 갖다댄 우리도 공범이 된다. 극중 새진리회를 추종하는 화살촉이 휘두르는 물리적 폭력보다 더 끔찍한 것은 신상공개와 인격살인이었다. 라이브 방송으로 전해지는 화살촉의 실시간 폭력 선동은 지옥사자의 가공할 유혈폭력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리얼하다. 웹툰 원작자이자 드라마 연출자인 연상호 감독은 화살촉의 리더를 가발과 메이크업으로 얼굴을 가리고 괴성을 지르는 선동가로 시각화했다.
또 다른 화살촉들이 현실세상에서 설치고 있다. 코로나19 새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의 국내 첫 확진자인 40대 목사 부부에 대한 과도한 신상정보 폭로의 배경에 화살촉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목사 부부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함께 스스로 정의롭다고 착각하며 인권침해, 명예훼손의 일탈을 일삼았다.
불법 주차한 외제 차량에 붉은 래커로 욕을 적어놓은 행위는 이유를 불문하고 재물손괴에 해당한다. 신상을 털어 유통시킨 사람들에게 '네티즌 수사대'라는 그럴싸한 이름을 붙이는 행위도 화살촉의 백주테러에 찬사를 보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사회에는 완장을 찬 화살촉의 아류가 너무 많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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