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높은 글로벌 물가 오름세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진다는 전망이다. 글로벌 물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도 과거보다 확대됐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된 통화신용정책보고서(2021년 12월)를 통해 높은 글로벌 물가 오름세는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올해 10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2%로 1990년 12월(6.3%) 이후 처음으로 6%를 상회했고, 유로지역의 소비자물가는 2008년 7월(4.1%) 이후 가장 높은 4.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에 글로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평균 4.39%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 기간 3.18%를 기록했다.
주요국의 소비자물가를 국내총생산(GDP)으로 가중평균해 추산해 본 글로벌 인플레이션율도 2008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는 설명이다.
한은은 내년 주요국의 유휴생산능력이 상당 부분 줄어들면서 수요측 물가 상승압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국제원자재가격도 추세적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보여 기업의 비용 부담도 추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공급 병목현상을 유발한 요인이 여전한 데다 최근 계절적 수요 증가 등이 가세하면서 글로벌 공급 병목현상 완화 전망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주요국의 임금 오름세도 확대되고 코로나19 이후 급등한 주택가격도 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화 등 구조적 저물가 요인들이 약화되는 가운데 기후변화 및 저탄소·친환경 경제로의 전환도 장기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고도 평가했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물가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확대된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 경제의 무역의존도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율과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동조화 현상이 크게 강화됐다는 것이다. 실제 동조화 상관계수는 2000~2007년 중 0.28이었지만 2010~2021년 중에는 0.78로 상승했다.
계량모형을 통해 분석해보면 글로벌 물가 1%p 상승의 국내 물가 영향이 2000~2007년 중 0.1%p에서 2010~2021년 중에는 0.26%p로 높아지고 유의성도 강화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것이다.
박종석 부총재보는 "수입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중심으로 물가 파급 영향이 있을 것"이라며 "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관련 품목 이외 다른 품목으로 확산되는 성격이 있을 수 있다. 국내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한은은 글로벌 물가의 국내 물가 영향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높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당초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수요 및 비용, 공급병목, 기후변화 등 최근의 높은 글로벌 인플레이션율에 주된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는 요인들의 흐름 변화 여부와 동 변화가 국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면밀히 점검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jiany@fnnews.com 연지안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