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의 사무실 빌딩에 2018년 6월 28일(현지시간) 오라클 로고가 걸려 있다. 로이터뉴스1
구글 공동창업자이자 오라클 공동창업자이기도 한 래리 엘리슨이 세계 5위 부자로 올라섰다.
구글을 함게 창업한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등을 제쳤고, 세계 4위 부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의 뒤를 바싹 쫓고 있다.
11일(이하 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엘리슨은 10일 오라클 주가 폭등에 힘입어 순자산 평가액이 급격히 늘어 5위 부자로 뛰어올랐다.
오라클은 9일 장 마감 뒤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공개해 10일 주식시장에서 16% 주가가 폭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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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최대주주 엘리슨, 구글 옛 동지들 눌러
1977년 소프트웨어 업체 오라클을 공동창업한 엘리슨은 오라클 최대 주주로 지분 11억4000만주를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이날 주가 폭등으로 엘리슨의 순자산 평가액은 1357억달러로 늘었다.
10일 주가 폭등세는 20년만에 2번째로 높은 상승폭이었다.
구글 공동창업자인 페이지는 순자산 평가액이 1263억달러, 브린은 1217억달러였다.
엘리슨이 5위 부자로 뛰어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오라클 역시 정보기술(IT) 업계의 터줏대감 같은 역할을 하고는 있지만 구글, 아마존, 메타 플랫폼스(옛 페이스북) 등에 비해 "낡았다"라는 인식을 받는 업체이기 때문이다. 구글 등이 훨씬 더 급속히 성장하는 동안 오라클의 성장세는 더뎠다. 매출 성장세가 대개 한자리수를 넘지 못했다.
그러나 오라클은 그동안의 낮은 행보가 마치 도약을 준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듯이 최근 비상하고 있다.
9일 실적 발표에서 급속한 성장세를 보여줬고, 실적 전망도 전망치 최대치를 찍었다.
오라클은 팬데믹 이후 재택근무·온라인 수업 속에서 차세대 먹을거리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클라우드 사업으로의 전환 전략이 제대로 먹히고 있음을 보여줬다. 투자자들은 확신을 갖고 오라클 주식 매수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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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소송 패소도 설욕
엘리슨은 특히 오라클 주가 폭등에 따른 순자산 증가로 오랜 기간의 소송전 패소 충격을 딛고 일종의 설욕을 하는 쾌감도 얻게 됐다.
엘리슨은 지난 4월 미 대법원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운영시스템에 사용되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오라클과 구글간 저작권 소송에서 구글의 손을 들어주면서 큰 타격을 받았다.
오라클의 클라우드 전환 전략이 먹히고 있다는 점도 엘리슨으로서는 구글에 대한 통쾌한 설욕으로 간주될 수 있다.
오라클에서 20년 이상 일하던 토머스 쿠리얀이 2018년 구글의 클라우드 책임자로 갈아타면서 타격을 받았던 클라우드 사업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고 있음이 확인됐다.
아마존과 함께 클라우드 시장 선두주자 가운데 하나인 구글을 추격할 발판이 마련됐다.
올해 77세인 엘리슨의 자산은 주로 오라클 지분이다. 올해에만 오라클 주가가 59% 오른 덕에 자산 평가액이 약 440억달러 늘었다.
엘리슨은 일론 머스크 덕도 봤다.
3년전인 2018년 머스크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 지분을 약 10억달러어치 사들였다. 주가가 그동안 1300% 가까이 폭등한 덕에 10억달러어치 주식은 지금 160억달러짜리가 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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