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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MC 앞둔 美 연준, '물가 선 넘었다' 정재계 압박 쏟아져

FOMC 앞둔 美 연준, '물가 선 넘었다' 정재계 압박 쏟아져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AP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오는 14~15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투자 시장과 정치권 모두에서 급격한 물가상승을 지적하며 돈줄을 죄어야 한다는 요구가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심각한 물가상승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며 서둘러 양적완화를 중단하고 금리까지 당장 올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미 마이너스까지 내려간 금리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물가상승 수준이 연준의 목표를 한참 넘어섰으며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까지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6.8% 급등해 39년 만에 가장 높았으며 6개월 연속으로 5%를 넘겼다. 이는 상승세가 코로나19와 공급망 혼란 때문에 일시적이라던 연준의 평가를 무색하게 만드는 수치다. WSJ는 올해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기저효과를 제거하기 위해 2년 치 물가 변화분을 연평균으로 다시 계산한 결과 식품 및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3.29%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해당 수치가 연준이 제시했던 경기과열 지표인 2%를 훨씬 웃돌 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영향을 빼고 계산해도 1993년 12월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라고 강조했다.

가파른 물가상승은 금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연준은 지난해부터 기준 금리를 0~0.25%로 유지했다. 그러나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를 살펴보면 시장에서 통용되는 실질 금리는 이미 마이너스 수준이다. TIPS는 물가 변동률을 원금에 반영해서 이자를 지급하기 때문에 물가가 오를수록 수익률이 높아진다. TIPS 거래에 사용되는 금리는 현재 물가 수준과 방향을 반영해 보통 실질 금리를 가늠하는 수치로 쓰인다. 지난 8일 기준으로 미국의 30년물 TIPS 금리는 -0.43%를 기록했다. 이는 지금 TIPS를 사려면 만기 원금과 이자에 웃돈을 얹어야 살 수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앞으로 물가가 올라 TIPS 가치가 높아진다고 보는 투자자가 많다는 의미다. 과거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지수를 보면 지금 돈풀기 정책은 연준의 의도보다 더욱 강력한 효과를 내고 있고 이는 더 큰 조정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골드만삭스 자료를 인용해 올해 미 금융권의 이자 비용 등을 분석하면 연준이 사실상 1% 가까이 금리를 내린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재계 압박 시달리는 파월
연준은 올해 계속해서 경기 과열 및 물가 상승 우려가 나오자 지난달 회의에서 월 1200억달러(약 141조원)에 달하던 양적완화 규모를 매달 150억달러씩 줄이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직접 나서 자산을 매입해 시장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는 해당 일정대로 진행되면 내년 6월에 종료될 전망이며 미 금융권에서는 연준이 양적완화 종료 직후에 기준 금리를 올린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파월은 양적완화를 계획보다 빨리 끝내고 어서 돈줄을 죄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특히 내년 중간 선거를 치르는 미 정치권에서는 물가상승에 따른 지지자 이탈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소속인 제이크 오킨클로스(민주·매사추세츠주) 하원의원은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공개서한을 보내 파월을 압박했다. 그는 "연준이 즉시 약적완화를 종료하고 금리를 올려야 하며 두 가지 조치 모두 내년 3월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역시 지난 10일에 물가상승의 심각성을 인정하고 "걸림돌"이라고 칭했다. 마크 워너 민주당 상원의원(버지니아주)도 지난달 말 발표에서 "만약 우리가 잠재적인 경기 과열 상황에서 보험이 필요하다면 양적완화 축소가 해법일 수 있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 에리언 경제고문은 12일 CBS방송에 출연해 "물가상승을 일시적이라고 묘사한 것은 연준 역사상 아마도 최악의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연준이 물가 상승을 일시적이라고 표현한 것이 "정책실수의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엘 에리언은 "연준이 이번 주를 시작으로 빨리 물가 상승 서사에 대한 통제권과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렇지 않으면 몇 개월 안에 급제동 페달을 강하게 밟아야 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일단 연준의 결정에 앞서 나오는 경제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14일에는 지난달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가 발표되며 다음날 소매판매, 16일에는 산업생산 지표가 공개된다. 미 경제매체 CNBC는 전문가 설문 결과 올해 4·4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연간 환산 7%에 달해 3·4분기(2.1%)를 크게 앞선다고 예상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