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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카페 방역패스 첫날 QR코드 먹통… 뒤늦게 앱 깔기도 [방역패스 첫날]

현장르포
수기명부 작성 금지 모르는 곳도
"식당주인에 방역 떠넘겨" 불만
질병청, 하루 방역패스 적용 취소

식당·카페 방역패스 첫날 QR코드 먹통… 뒤늦게 앱 깔기도 [방역패스 첫날]
13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종로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C씨가 "수기명부가 필요없어졌다"며 바뀐 방역수칙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식당·카페 방역패스 첫날 QR코드 먹통… 뒤늦게 앱 깔기도 [방역패스 첫날]
13일 낮 12시 10분쯤 서울대병원 구내 직원식당에서 일반인들이 출입을 위해 수기로 명부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한순천 인턴기자
"수기명부가 필요 없어졌다."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카페 등에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가 의무화된 13일, 곳곳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서울 종로구 일대 음식점 주인들은 "방역패스 등 바뀐 방역수칙 때문에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곳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사장 양원균씨(58)는 "방역수칙이 바뀌어 일일이 체크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걱정"이라며 "식당 주인에게 방역업무를 떠넘기는 것 같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식당을 찾은 직장인들도 QR코드 전자증명 시스템 오류 등으로 혼란을 빚었다. 이 시간대 시스템 오류로 전자예방접종증명서 앱이 작동되지 않아 손님들이 식당에 들어가지 못하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손님들 무슨 영문인지 몰라"

13일 오후 1시쯤 서울 강남역 인근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는 손님들이 주문하기에 앞서 긴 줄이 늘어섰다. 이날부터 의무화 된 방역패스로 백신접종 완료증명서를 보여줘야 카페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기존 방역패스를 적용받던 노래연습장 등 5종 시설 이외 식당·카페 등 11종 시설도 방역패스가 의무화됐다. 수기명부도 허용되지 않아 백신 접종완료일로부터 14일이 지났다는 접종증명서나 유전자분석(PCR) 음성확인서를 필수로 소지해야 한다. 정부가 '방역패스' 관련 안내를 꾸준히 해왔음에도 식당, 카페 등 일선 현장에서는 혼란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앱 설치 및 인증을 두고 잇따라 불편을 호소했다. 회사원 강연우씨(31)는 "항상 그랬듯이 같은 시간, 같은 지점에 커피를 마시러 왔는데 갑자기 백신접종 확인이 필요하대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신촌에서 프랜차이즈 떡볶이집을 운영하는 업주 A씨는 "앞에 방역패스에 대해 간단한 안내문을 붙여놨지만 손님들이 그게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헤매는 경우가 많다"며 "가게 밖에 무인 판매 기계인 '키오스크'를 설치했지만 가게 안에 들어와서 누군가 방역패스를 일일이 검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코로나 시국이기 때문에 손님이 별로 없어서 그렇지, 만약 평소 같았으면 아르바이트생이라도 한 명 써야 할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의료 최전선인 대학병원 내 식당에도 혼선이 빚어졌다.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구내 식당에서 만난 전공의 A씨(29)는 "병원 내 구내식당에 백신패스가 적용되는지 공지받은 바 없다"며 "일반인들도 이용하는 직원식당인데다, 인원제한에 대해서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구내식당에서는 QR코드가 없는 이용자들에게 수기로 명단을 받기도 했다.

■자영업자 "30건 넘게 예약 취소"

방역정책 강화에 따라 자영업자들의 매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종로구에서 중국집을 운영하고 있는 양모씨(54)는 "방역패스 자체가 불필요한 정책 같다. 지키려고 노력해도 손님이 몰릴 땐 사실상 지키기 어렵고, 오늘처럼 시스템이 먹통되면 확인할 방법이 없지 않나"라며 볼멘소리를 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중국집은 배달 전문이라 배달이 조금 늘어서 버티는 중"이라고 말했다.

종로에서 고깃집을 운영하고 있는 또 다른 업주는 "매출이 절반으로 줄고 예약이 30건 넘게 취소됐다"며 "연말 대목을 맞아 고기 재고를 많이 들여놨는데 이 재고를 어떻게 다 소진시킬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재택근무가 다시 늘어 점심에도 손님이 없다"며 "저녁뿐 아니라 점심장사도 문제"라고 불만을 표했다.

미접종자들은 방역패스 확대 정책을 두고 '기본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직장인 이모씨(36)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맞은 후 고열, 몸살, 소화불량 등 부작용으로 응급실에 실려가 일주일 동안 입원했다"며 "백신과 연관이 없다고 하지만 부작용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굳이 부작용을 감수하느니 개인 방역을 철저히 준수하면서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직장인 김모씨(27)는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죽을 수도 있는 건데 그냥 맞으라고 하는 건 기본권 침해"라며 "이를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계도기간을 일주일밖에 주지 않은 건 미접종자를 사회적으로 고립시키겠다는 뜻으로 밖에 안 들린다"고 말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 한순천 이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