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5시19분 서귀포 41㎞ 해역 규모 4.9 지진
올들어 한반도서 발생한 지진 65건 중에 최대 규모
제주 전역서 흔들림 느껴..호텔 등에선 대피하기
중대본 1단계 비상대응 "피해상황 신속 파악 조치"
소방청 "전국서 지진감지 신고..큰 피해 신고 없어"
제주 주민, 관광객들 건물 흔들려 놀라 대피하기도
기상청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 없어..여진 9회 발생"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제주도 서귀포시 지진관련 소방청, 기상청, 제주도 등 관계기관과 긴급 영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행안부 제공
[파이낸셜뉴스]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올들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 규모가 가장 크다. 제주 인근 해역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서도 최대 규모다. 제주도 전역에선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수초 정도 흔들림이 느껴졌고, 가까운 전남은 물론 경기·서울에서도 일부 진동이 감지됐다. 행정안전부는 지진 발생 직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했다.
■제주 인근해역 지진 중 역대 최대
기상청은 14일 오후 5시19분14초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역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진앙은 북위 33.09도, 동경 126.16도이며 지진 발생 깊이는 17㎞다.
이날 지진은 오후 5시19분14초에 발생했다. 기상청이 마라도에서 발생 4초 후에 최초로 관측했고, 지진조기경보를 최초 관측 후 12초 만에 발동(오후 5시19분30초)했다. 기상청은 최초 신속경보시 지진 규모 5.3, 서남서쪽 32km로 발표한 후 상세 경보시 정정(규모 3.9, 41㎞)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은 한반도 주변 남해와 서해 해역에서 주로 발생하는 주향이동단층 운동으로 분석된다. 지진해일 발생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규모 4.9 지진 이후 이날 오후 7시30분 현재 규모 1.6~1.7의 여진이 9회 발생했다.
지역별 계기진도는 제주 5, 전남 3, 경남과 광주, 전북이 2다. 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는 정도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번 제주 지진 관련 신고는 오후 7시 현재 총 169건이다. 진동을 느꼈다는 유감 신고는 제주 108건, 전남 37건, 대전 6건, 경기 남부 4건, 부산·서울 각 2건 등이다. 소방청은 "제주 앞바다 지진 관련 유감 신고는 전국적으로 많았다. 19시 기준 아파트 베란다 타일 갈라짐, 연립주택 창문 깨짐 등 2건의 피해신고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현재 제주시 제주국제공항은 항공편이 지연, 결항없이 정상 운항하고 있다. 부산 기장군에 있는 고리원자력발전소는 정상 가동 중이다. 다만 진원지 근처인 모슬포 인근 도로가 갈라지고, 일부 주택의 창문이 깨지는 등 지진 피해가 일부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사진=뉴스1
이날 지진은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에 규모가 가장 크다. 올들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은 이번 지진을 포함해 총 65건. 이 중 규모 3.0 미만이 61건으로 가장 많다. 규모 4.0에서 5.0 지진은 이번 제주 서귀포 해역 지진을 포함해 2건이다.
이번 지진은 기상청 계기관측(1978년) 이후 역대 11번째 규모다. 지난 2016년 9월12일 경주지진(규모 5.8), 2017년 11월15일 포항 지진(규모 5.4)이 역대 한반도 발생 지진 중에 규모로는 1,2위다.
이번 지진의 진앙 50km 이내에서 규모 2.0 이상 지진은 1978년 이후 총 31회 발생했다. 이 중에 2005년 6월15일 제주 고산 남쪽 26㎞ 해역에서 발생한 3.9 규모 지진이 두번째로 컸다.
■시민·관광객들 건물 흔들려 크게 놀라
지진의 직접 영향권인 제주도는 전역에서 크고 작은 진동이 확인됐다. 시민과 관광객들은 땅과 건물이 흔들리는 등의 진동에 크게 놀랐다. 일부 특급호텔에선 투숙객들이 대피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서귀포시에 있는 제주컨벤션센터 일대에선 실내 면세점 등에 있던 사람들이 흔들림을 느끼고 밖으로 뛰쳐 나왔다. 크게 놀란 이들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또 서귀포시에 있는 한 학원에서도 수업 중 건물이 흔들려 교사와 학생들이 밖으로 급하게 뛰어나왔다.
길을 걷다가 흔들림에 넘어지는 일도 있었다. 서귀포시 중문동에 사는 A씨는 "길을 걷는 중에 순간적인 흔들림이 느껴지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제주에 평생 살면서 이런 적은 처음"이라고 했다.
제주 서귀포 서남서쪽 41㎞ 해역서 지진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한 14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제주국제컨벤션센터 면세점에서 직원과 관광객들이 밖으로 대피해있다. 뉴스1
제주시내에서도 땅과 창문이 크게 흔들리는 등 진동이 확연히 느껴졌다. 제주시 한 주민은 "안방 창문이 갑자기 엄청 큰 소리로 흔들렸는데, 10초 정도는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서귀포 대포동 주상절리 인근에선 꿩들이 울부짖고, 까마귀떼들이 일제히 날아올랐다는 이상현상에 대한 목격담도 이어지고 있다. 제주를 여행 중이던 한 여행객은 "땅이 갑자기 흔들리고 새들이 다 날아가 너무 놀랐다. 한라산이 폭발하는 줄 알았다"고 지진 당시 상황을 전했다. 또 타지에 사는 가족과 친척, 지인들이 안부를 걱정하는 전화도 폭증했다.
제주 해역에서 가까운 전남 목포·여수·해남에서도 지진 감지 신고가 잇따랐다. 광주 도심 전역에서도 건물이 흔들렸다는 신고가 많았는데, 남구 진월동 아파트에 사는 한 주민은 "아파트가 통째로 덜덜 떨려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중대본 가동 "피해상황 신속 파악, 긴급 조치"
정부도 지진 위기경보를 '경계' 단계로 격상하고 즉각 비상대응 체제를 가동했다. 행안부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필요시 긴급 조치에 나섰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진 피해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필요 조치에 만전을 기해달라. 추가적인 여진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도 철저히 대비하라"고 행안부와 소방청 등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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