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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두기 두 얼굴… 호프집은 텅 비었는데, 백화점엔 대기줄 [영업제한 재개 첫 주말]

자영업자 "지난주와 너무 달라"
한파 겹치며 손님 발길 뚝 끊겨
반면 대형 유통매장은 인파 몰려

거리두기 두 얼굴… 호프집은 텅 비었는데, 백화점엔 대기줄 [영업제한 재개 첫 주말]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본격 시행된 18일 오후 8시께 서울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이 한산하다. 사진=김해솔 기자
"인원제한으로 오늘만 6~7팀을 그냥 돌려보냈다. 함박눈까지 내려 원망스럽다."(고깃집 운영자 김모씨)

사적모임 4인 제한과 오후 9시 영업규제가 시작된 지난 18일. 서울 일대는 함박눈까지 내려 한산한 거리는 자영업자들의 한숨으로 가득했다. 이날 오후 8시 평소 주말 모임으로 북적였을 은평구 연신내역 인근은 한산했다. 이른 저녁 시간이지만 일찍 문을 닫는 가게가 많았고, 만석인 가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자영업계 "연말 예약 절반 취소" 막막

은평구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8)는 테이블 20개 중 4개밖에 차 있지 않은 가게 안을 둘러보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지난주 같은 시간 동안 손님이 30팀 정도 왔다면 오늘은 20팀도 안 왔다"며 "그마저도 6~7팀은 4명이 넘어 돌려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연말 예약도 절반 이상 취소됐다. 지금은 예약 문의도 아예 끊겼다"며 "오늘 쌓이는 눈을 보며 괜히 하늘이 원망스러웠다"고 하소연했다.

인근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강모씨는 영업규제 시간인 오후 9시가 다가오자 안절부절못했다. 강씨와 점원들은 테이블을 돌며 분위기가 무르익은 손님들을 내보내기 위해 연신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강씨는 "정부가 그렇게 위드코로나를 자신하더니 이게 뭔가"라며 "희망고문이 따로 없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의 100만원 긴급지원 방침에 대해 "월세, 직원 급여, 재료비 등 하루에 나가는 돈이 100만원 가까이 된다"며 허탈감을 비쳤다.

서울 혜화역 인근 식당가 자영업자들도 진땀을 뺐다. 고깃집 업주 50대 김모씨는 "평소라면 대학생들, 직장인들 연말 모임이 많은 시기인데 영업 자체가 안되니 막막하다"며 "자영업자는 그냥 죄인이 된 것 같다"고 토로했다.

명동 상권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피해는 명동 일대를 정면으로 강타해 폐업한 상점들의 줄'임대'로 가득했다. 전국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경영악화가 심화하는 가운데 명동 일대 상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 방침에 그나마 나아졌던 사정이 다시 나빠질까 우려를 표했다. 명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김모씨(42)는 "(방역수칙 강화로) 손님이 줄게 되면 작은 가게도 회전율 걱정이 앞선다"고 토로했다.

자영업계는 광화문 총궐기와 함께 정부를 상대로 '온전한 손실보상'을 요구할 계획이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22일 오후 3시 광화문에서 대규모 총궐기에 나선다. 이들은 "정부가 방역정책 실패의 책임을 자영업자에게 전가한다"며 집회를 통해 방역지침 전환을 촉구할 방침이다.

고장수 한국자영업자 협의회 공동의장은 "연말·주말 장사임에도 매출 상황이 처참했다"며 "평상시 연말·주말 장사와 비교하면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평소 손님이 많았지만 18일 하루 동안 1개 테이블만 받고 문을 닫은 호프집도 있었다"고 말했다.

■백화점 '코로나 특수' 인파 북새통

반면 백화점 등 대형 유통매장의 표정은 사뭇 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에도 인파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주요 명품 매장 가운데 대기 없이 입장할 수 있는 매장은 한 곳도 없었다. 오후 2시 기준 샤넬 매장 입장을 기다리는 팀은 188개에 달했다. 매장 직원은 "지금 대기 등록을 해도 오늘 입장을 못할 수도 있다"면서 "이미 매장 오픈 전부터 90팀이 대기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하 1층 식당가도 식사를 하려는 고객들로 붐볐다. 식품관 와인코너에는 연말 파티나 선물용 와인을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이곳에서 만난 30대 부부는 "코로나 걱정은 되지만 입구에서 체온도 재고 손소독도 하라고 안내를 해서 이 정도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명품 매장과 의류 매장, 식당가 등에 골고루 고객이 몰렸고 역시 입장 대기 접수를 마감한 매장들도 더러 있었다. 딸과 함께 겨울 외투를 사려고 둘러보던 한 50대 여성은 "직접 만져보고 입어보면서 골라야 하는 물건을 살 때는 매장에 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김주영 김해솔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juyong@fnnews.com 송주용 김주영 김해솔 기자 , 이승연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