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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디즈니랜드를 가는게… 홍콩 시민들 투표소 외면

차라리 디즈니랜드를 가는게… 홍콩 시민들 투표소 외면
홍콩 총선이 치뤄진 19일 시민들이 친중 후보를 유세하는 선거운동원들 앞을 무표정하게 지나가고 있다.로이터뉴스1

19일 총선이 실시된 홍콩에서 시민들은 투표소를 외면하고 디즈니랜드 등 시내 관광지에 인파가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홍콩프리프레스(HKFP)와 입장신문 등 친민주 성향 인터넷 매체들은 이날 홍콩 시내 투표소는 썰렁한 반면 디즈니랜드나 해양공원 등 관광지나 청자우 등 주변 섬, 단풍 구경을 가려는 시민들로 인해 버스 환승장은 인파로 붐볐다고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투표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하루동안 버스와 지하철, 페리 등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하도록 했으나 시민들은 투표소 보다 여가를 더 보내는데 활용했다.

홍콩 일간지 스탠더드에 따르면 이날 디즈니랜드를 방문한 시민들은 “이렇게 사람이 많이 온 것을 본적이 없다”라고 입을 모았다.

시민들은 투표소가 거주지 가까이 있어 대중교통을 이용할 필요가 없다며 정부의 선심성 조치가 어리석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시민은 투표를 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답해도 되냐?”라고 반문해 국가보안법 도입 후 달라진 홍콩의 분위기를 보였다.

14시간 동안 진행되는 투표에서 7시간 이후 투표율은 18.8%로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이번 총선에는 민주 진영 후보들이 출마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6월 홍콩 국가보안법이 시행된 이후 지미 라이 등 많은 민주 진영 인사들이 기소되거나 수감됐고 네이선 로 등 일부는 해외로 망명했다.

또 지난 3월 중국은 홍콩의 안정을 찾는다는 빌미로 ‘애국자가 통치하는 홍콩’을 만들겠다며 입법회 의원을 간접 선거 위주로 뽑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면서 후보의 애국심까지 심사했다.
이에 반발해 민주 진영은 후보를 내지 않았다.

개정된 현행 선거법은 홍콩의 총 90개 의석 가운데 직선으로 20명만 선출하고 나머지 대부분인 70명은 간접선거 방식으로 뽑도록 했으나 친중 세력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예상되는 저조한 투표율에도 불구하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낮은 투표율은 정부가 잘하고 있으며 높은 신뢰를 받고 있다는 증거”라는 다소 엉뚱한 답변을 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