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런 통해 수학 136등→1등
가난해도 가능하단 자신감 얻어
서울시는 서울형 온라인 교육플랫폼인 '서울런'의 오픈 100일을 맞아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수기 공모전을 진행했다. 서울런 이용 청소년이 사이트를 접속해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자신을 3년 차 학교 밖 청소년으로 소개한 김현기(18세·가명)군은 지난 2019년 학교를 나와 혼자서 검정고시를 준비했다. 학교 밖 청소년이 혼자 공부한 것에 대해 김군은 "수능(대학수학능력시험)을 준비하는 학교 밖 청소년은 외롭다. 드넓은 광야에 홀로 서 있는 기분"이라고 했다.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대부분 취업에 대한 것이고 김군처럼 대학교 진학을 원할 경우 관련 지원은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혼자만의 길을 가던 김군에게 '지원군'이 등장한 것은 지난 8월이다. 교육사다리를 복원해 계층 간 교육격차를 해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된 서울형 온라인 교육플랫폼인 '서울런'이 그 지원군이었다. 김군은 지난 3개월 동안 서울런의 42개 수업을 들으며 처음으로 실질적인 입시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핵심 교육 공약인 서울런에 대해 '사교육 조장이냐', '교육사다리 복원이냐'를 놓고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오픈 100일이 흐른 지금 실제 이용자들은 서울런이 '교육사라디 복원'에 더 가깝다고 봤다. 이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진행된 '서울런 수기공모전'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26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런 오픈 100일을 맞아 이용자인 초·중·고교생의 수기 공모를 진행한 결과 예상보다 많은 181편의 수기가 접수됐다. 접수된 수기 중에서 예심(1차) 통과작 40편 중 최우수상(5편), 우수상(5편) 총10편의 수상작을 선정했다.
수기를 보면 경제적 여건 때문에 포기해야 했던 꿈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예컨대 재수생인 이민혁씨(21세·가명)의 경우 늘 먹고사는 게 우선이었지만 대학에 정말 가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그냥 기술이나 배워라'·'재수하는 것보다 군대 가서 말뚝 박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말들에 기분은 나빴지만 어떠한 대꾸도 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학원에 다니고 '일타강사'의 강의도 들어보고 싶었지만 이씨에게 늘 부족한 돈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한 것이 서울런이었다. 이씨는 서울런에서 일타강사의 강의 등을 들으면서 대학진학이라는 꿈을 현실화시키고 있다. 서울시는 "돈이라는 장벽에 도전보다 포기를 많이 했던 지난 삶, 아직 성인이 아닌 청소년들이 느끼고 있는 현실이라는 걸 수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실력 향상에도 '서울런'이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공모전에 참여한 박재완군(초등 4학년·가명)의 경우 혼자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100점은 받을 수 없었지만 서울런을 만나고 처음으로 100점을 받은 게 너무도 신기했다는 경험담을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4등급대였던 성적에서 '서울런' 이용 후 두 배의 점수 성장을 이뤘다는 정상훈군(17세·가명) △2학기 중간고사 7등급에서 4등급까지 올렸다는 이성민군(16세·가명) △수학 과목(미적분) 성적 전교 136등에서 1등이라는 기적을 경험했다는 김은진 학생(18세·가명) 등이 대표적이다. 더구나 이들은 수기에서 단순 성적표의 숫자가 아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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