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이대 인근 상가
코로나 확산에 학생들 자취 감춰
"살아날 방법없다" 자영업자 울상
매출 급감에 가게 내놓거나 폐업
방학 비수기에 오미크론 등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면서 계절학기 마저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대학이 늘고 있는 가운데 27일 서울 이화여대 앞 상권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학생이 학교에 안 오니까 거리에 사람이 없어요. 방학까지 시작돼 걱정이 큽니다."
대학가 상권에 끝 모를 '보릿고개'가 이어지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그나마 학교를 찾던 학생들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방학 동안 진행되는 계절학기도 비대면 방식으로 이뤄져 매출 효과는 '제로(0)'에 가까운 상태다. 대학가 상인들은 "살아날 방법이 없다"며 울상을 지었다.
■학생 사라진 대학가
27일 대학가에 따르면 서울 주요 대학들은 이번 겨울 계절학기 수업을 대부분 비대면으로 진행하고 있다. 당초 교육부는 계절학기에 대해 대면수업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밝혔으나,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악화되면서 비대면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면수업 확대만 기대하던 대학가 소상공인들의 시름은 한층 깊어졌다. 겨울방학 두 달 동안 작은 버팀목이 되었던 계절학기 매출을 올해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방문한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근 상권의 분위기는 매우 암울했다. 학교 근처 식당에선 학생들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고, 상점 곳곳에는 '임대구함'이라는 안내판이 붙어있었다. 대학가 상인들은 'IMF 때보다 더 힘들다'며 고개를 떨궜다.
고려대학교 주변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60대 중반 민모씨는 "학생 수 감소에 다른 매출 하락이 심각하다"라며 "월세가 500만원 인데 학생들 유입이 없다 보니까 이걸 충당할 수가 없다. IMF 때도 이정도는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안암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중반 정모씨는 "우리 가게가 원래 24시간 운영이라 밤이 늦어도 고려대 주변 학생 등 손님이 많았다"며 "(하지만)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면서 코로나 이전의 30% 수준으로 매출이 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고려대 인근 국민대 상권은 더 심각했다. 세 가게 지나 가게 문이 닫혀있었고 거리에 인적이 드물었다. 몇몇 식당에는 손님이 있었으나 그나마 1~2개 테이블이 전부였다.
호프집을 운영하는 50대 중반 최모씨는 "대학 근처 가게의 경우 개강이 있는 3월과 종강이 있는 12월이 대목인데 방역수칙이 강화돼 기존에 있던 예약도 취소됐다"며 "벌금을 물더라도 9시 이후 장사를 계속하고 싶을 정도"라고 전했다.
■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신촌 이화여대 앞 거리도 썰렁한 것은 마찬가지다. 학교 주변 옷가게에는 '세일(SALE)'을 알리는 안내문구가 붙었지만 손님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장 관계자들은 텅 빈 매장에서 멍하니 문 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 앞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50대 후반 김모씨는 "2학기에 일부 강의가 대면으로 전환된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시험 기간 몇 번 지나고 나니 금세 방학이 됐다"며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2층 전체를 쓰던 매장을 절반으로 줄였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정부 규제 때문에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의견도 있었다. 스터디카페 관리소장 이모씨(70)는 "백신패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며 "체질적으로 백신을 못 맞는 학생들은 PCR검사를 이틀마다 해야 하는데, 이게 번거로워서 오지 않는 학생도 있다"며 "매출은 코로나 이전 대비 20% 수준"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지 않는 것도 이대 상권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고 전해진다. 중국인 관광객이 주로 찾던 화장품 매장과 옷가게는 줄폐업을 한 상태다. 2005년부터 옷가게를 운영한 최모씨(57)은 "상가 폐업으로 공실률이 높아지면서 건물주들이 상가건물을 허물고 주거용 오피스텔을 짓고 있다"면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끝을 흐렸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권준호 오진송 인턴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