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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로 간 '전관예우' 논란 세무사 시험


거리로 간 '전관예우' 논란 세무사 시험
지난 29일 세무사시험 피해수험생이 고용노동부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있다./사진=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제공

[파이낸셜뉴스]세무공무원이 지나치게 많이 합격해 논란이 일고 있는 올해 세무사 시험과 관련 피해 수험생들이 집회를 열었다. 정부는 시험을 주관한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대해 감사를 벌이고 있다.

2일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세시연)에 따르면 세무사 시험 수험생들은 지난 12월 29일부터 고용노동부 정문 앞에서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앞서 세시연은 세무사 시험을 주관한 산업인력공단 서울본부 앞에서 '세무사 시험은 죽었다' '채점 기준 공개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을 옆에 두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참가자들은 시험 채점 기준표와 모범답안, 답안지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조만간 변호사를 선임해 본격적인 집단 소송에 들어간다는 계획도 세웠다.

지난해 9월 치러진 세무사 2차 시험의 '세법학 1부' 과목 과락률이 82.13%에 이른다. 2차 시험에서 치르는 네 과목 가운데 한 과목이라도 과락(40점 이하)하면 탈락 처리되는 기준에 따라 세법학 1부에서만 3254명의 수험생이 탈락했다. 이 과목의 앞선 5개년도(2016~2020년) 평균 과락률이 38.5%, 과락 인원이 1737명이었던 점에 비춰보면 예년의 두 배에 가까운 인원이 탈락했다.

이 때문에 반사이익은 경력 20년 이상의 세무 공무원이 얻어 논란이 됐다. 이들은 1차 시험에 더해 2차 시험 중 세법학 1·2부 과목을 면제 받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체 합격자 중 20년 이상의 세무 공무원 비율은 2016~2020년 평균 3.02%에서 올해 21.39%로 7배나 급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도 SNS에 "만약 부정이 밝혀지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하고 전면 재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며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에 시험관리 업무를 계속 위탁해야 하는지에 대해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무사 시험 결과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당초 세무사 시험은 국세청 산하 국세공무원교육원에서 주관했지만 국세공무원 수험생이 많다는 특성상 공정성 시비가 끊이지 않자 2009년부터 공단으로 이관됐다. 하지만 2019년에도 2차 시험의 회계학 문제가 시험 2주 전에 있었던 '국세공무원 실무능력평가'와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공단은 "국세청과 공단은 조직이 다르기 때문에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해명했다.

항의가 거세지자 정부는 감사에 나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2월 20일 공단이 주관한 올해 세무사 시험의 출제·채점 등에 대한 특정감사에 착수했다. 노동부는 "감사에서 적발되는 규정 위반이나 업무 소홀 등의 비위를 엄중히 처리하겠다"며 "감사 결과 확인된 제도·운영상 미비점에 대해서는 향후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시정하겠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