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허무는 대신
완성차 통큰 양보 기대
중고차 시장에 완성차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월 중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를 열어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중소벤처기업부가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허용할지 말지를 곧 결정한다. 중기부는 12월30일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 개최를 정식으로 요청했다고 밝혔다. 장관 소속 심의위는 1월 중순께 열릴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 등 완성차 업계는 새해부터 중고차 시장에 뛰어들 태세다. 기존 중고차 업계는 결사 반대다. 둘 사이에 낀 중기부는 상생 방안을 모색했으나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심의위 개최는 허용하든 안 하든 결론을 내겠다는 뜻이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은 해묵은 과제다. 사건은 9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2013년 2월 동반성장위원회는 중고차 판매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했다. 권고기간은 3년을 제시했다. 이어 동반성장위는 2016년 중고차 판매업을 중기 적합업종으로 재지정했다. 권고 기간은 2019년까지 역시 3년을 뒀다. 지정·재지정 6년이 끝나자 완성차 업체들은 2019년부터 중고차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몸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존 중고차 단체는 생계형 적합업종법 카드를 들고 나왔다. 이 법은 2018년 12월부터 시행됐다. 생계형으로 지정되면 중기 적합업종보다 더 강한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생계형 지정은 동반성장위에 추천권이 있다. 그런데 동반성장위는 2019년 11월에 중고차판매업은 생계형으로 부적합한다는 의견을 중기부에 제출했다. 이후 남은 절차는 중기부가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를 열어 최종 결론을 내리는 것 뿐이다.
그러나 중기부는 그 뒤에도 2년가량 미적댔다. 중기부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완성차와 기존 중고차 판매업자 사이에서 상생안을 도출하려 애를 쓴 것은 사실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타결에 실패했다. 지칠대로 지친 완성차 업계는 새해부터 중고차 사업을 시작한다고 지난 12월23일 전격 발표했다. 달리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한 중기부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 개최를 예고했다.
절차상으로 보면 완성차 대기업이 유리해 보인다. 그동안 정부 권고를 충실히 따랐고, 기다릴 만큼 기다렸기 때문이다. 소비자 보호라는 명분도 좋다. 현재의 주먹구구식 중고차 시장은 불신의 대상이다. 완성차 업체들은 중고차를 매입, 수리해서 '인증'한 뒤 판매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신뢰가 쑥 올라간다. 중고차 시장에서도 제값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수입차 업체들은 다 이렇게 한다. 자동차산업협회(KAMA) 정만기 회장은 "중고차 시장 개방은 자동차산업 생태계, 소비자 후생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중고차 매매상은 생계형 소상공인이 아니라는 의견도 상당하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비자 후생이 만능 열쇠는 아니다. 대형마트를 보라. 소상공인, 골목상권을 보호해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정치권은 대형마트에 의무휴일제를 강제했다.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던 타다를 보라. 끝내 택시 기득권, 정부와 정치권이 세운 장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중고차 시장에도 불신의 벽을 허물 변화가 필요하다는 데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는가. 우리는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가 미래를 중시하는 결정을 내리길 바란다. 다만 변화가 안착하려면 현실적인 난관을 우회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더구나 3월엔 대선이 열린다. 우리는 완성차 업계가 통 큰 양보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그래야 기존 판매업자들의 반발도 누그러뜨리고 여론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