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LIG넥스원이 해군군수사령부(군수사) 주도하에 국내 창정비를 최초로 완료한 양만춘함에 탑재한 근접방어무기체계(CIWS) 30mm 골키퍼(Goalkeeper)의 모습. 네덜란드 시그널사가 제작한 CIWS. 어원은 축구의 골키퍼다. A-10도 장비하는 GAU-8 30mm 기관포를 사용해 서방권 표준 CIWS인 팰렁스의 M61A1에 비해 월등한 유효 사거리와 파괴력을 확보했다. 영국에서 엑조세 요격훈련을 할 때 팰렁스는 요격은 성공했으나 너무 가까이에서 요격하는 바람에 사망자가 나온 반면, 골키퍼는 멀리서 엑조세를 연속으로 막는 모습을 보여주어 영국군이 인빈시블급 항공모함의 CIWS로 채용하기도 했다. 최근 골키퍼가 단종이 되면서 LIG넥스원이 창정비를 담당하고 있다. 사진=LIG넥스원 제공
■'아일러트 쇼크' 이후, 최단거리 대응...CIWS의 중요성 부각
2차대전에서 해상전력의 중심이 전함에서 항공기로 변경되고 이어 '에일라트 쇼크(Eilat Shock)'로 대함미사일이 함정에 큰 위협으로 등장하자 수상함의 핵심 기능은 항공위협에서 살아남는 대공능력이 되었다.
에일라트 쇼크는 이스라엘 구축함 ‘에일라트’ 격침 사건이다.
1967년 6월 이스라엘과 이집트 등이 벌인 '6일 전쟁'이라 불리는 '제3차 중동전쟁'에서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다. 5개월 후인 그해 10월 21일 이스라엘 구축함 ‘에일라트’가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북쪽 포트사이드항 근처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당시 압도적인 승리에 도취한 이스라엘 구축함은 이집트 해군을 경시했지만 이집트 해군 고속정은 기습적으로 이스라엘 구축함을 향해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 4발을 발사했다.
미사일 공격에 무방비 상태였던 에일라트함은 격침되었고 이스라엘 해군 47명이 전사했다. 고작 60t의 고속정이 1730t의 구축함을 격침시킨 것이다.
앞서 10년 전인 1957년 10월 이미 구소련은 스틱스 시험 발사에 성공했지만 실전에서 대함 미사일로 쓸모가 있을지는 회의적이었다. 하지만 1967년 발행한 ‘에일라트 쇼크’는 전 세계 해군의 발상을 흔들었다.
스텔스 기술을 적용해 RCS(레이더 반사 면적)를 최소화한 'CIWS-II' 형상도. 대한민국 해군이 개발 중인 CIWS이다. CIWS-I인 노봉의 후속 사업으로써 추후 건조되는 군함들에 탑재 예정이다. SGE-30 골키퍼처럼 GAU-8 30mm 기관포를 사용하는 CIWS를 국산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CIWS-II 사업이 시작되었다. 방위사업청의 CIWS-II 운용 개념도에 따르면 항공기, 드론, 초음속 대함 미사일 등에 대한 대공 방어는 물론이고, 소형 수상 함정이나 침투하는 고속정 등에 대한 근접 수상 방어와 지상에 설치할 경우 공군 활주로 및 군 지휘 시설 등 거점 방어도 가능하도록 운용할 예정이다. LIG넥스원은 국내 유일의 골키퍼 창정비 사업 경험을 통해 확보한 전문 인력과 전용 정비시설을 최대한 활용해 향후 CIWS-II 사업 국내 개발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CIWS-II 사업 한국형 차기 구축함인 KDDX를 비롯한 해군의 최신 함정에 장착될 예정이다. 레이어·광학장비·사격 통제장치·기타 함포 구성품도 국내서 자체 개발해 개발과 양산을 동시에 수행하게 된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AESA 레이더 기술 등을 바탕으로 더 나은 CIWS 체계 개발도 충분하다"고 밝혔다. 사진=LIG넥스원·방위사업청 제공
이 사건은 대(對)미사일 방어 시스템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낀 계기가 되었다. 팰렁스는 이에 따라 개발된 CIWS로 1978년 첫선을 보였다.
대한민국 해군은 서방제 CIWS 중 하나인 네덜란드 시그널사의 SE-30 골키퍼를 주로 사용한다.
심지어 이지스 베이스라인 7.1을 채택한 이지스함 KDX-3 세종대왕급 구축함에도 패키지였전 팰렁스를 장착하지 않고 골키퍼를 대신 장착했을 정도였다.
이후 골키퍼가 사실상 단종수순에 들어가자 한국 해군은 2009년 6월 10일부로 차기 프리깃 사업인 FFX에서 주력 SAAM과 CIWS가 레이시온의 RIM-116 RAM과 팰렁스로 선정됐다.
이후에 건조되는 KDDX와 CVX 등의 차기함에서는 CIWS 국산화 사업인 CIWS-II 사업을 통해 국산 CIWS가 장착될 예정이다.
근접방어전투체계(CIWS)-II 운용 개념도. 사진=방위사업청 제공
해상에서 해군 함정의 다층 대공방어 체계가 거리대별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예를 보여준다. 따라서 거리대별 가용 무기체계를 표적에 할당함으로써 함정의 생존성을 보장하고자 하며, 원거리 대응 무기체계에 의해 위협을 무력화하는데 성공하게 되면 근거리 대응이 불필요하게 된다. 반면 최단거리 대응에도 실패할 경우 함정의 생존성은 보장될 수 없다.
단계적으로 대응하는 다층 대공방어 체계는 네트워크모델로 표현이 가능하며, 특정 단계에서 대응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 대응으로 이동하는 특징을 이용하여 방향성 경로(directed path)를 가지는 네트워크로 모델링할 수 있다.
팰렁스 블록1B. 골키퍼와 비슷한 길어진 발칸포 포신의 철골지지대가 특징이다. 상부 레이더와 기관포, 하부 탄띠로 구성된다. 머리의 원통에 KU밴드 레이더와 주요 시스템이 탑재된다. 시스템의 구성요소는 이 KU밴드와 발칸포, 즉 마운트 위로 모두 위치하고 있어 갑판을 뜯지 않고 함의 어느 부위에도 갑판 위에 공간만 있으면 탑재가 가능하다. 갑판 아래로도 거대한 구조물이 들어가는 골키퍼에 비해 확실히 차별화된 장점이다. 레이더에 포착된 가장 가까운 목표부터 추적·조준해 20mm M61A1 발칸포를 발사하는 동시에 목표의 방향을 계산하여 자동으로 포신의 방향을 조절한다. 그리고 목표가 파괴되면 다른 목표를 포착 이 운동을 반복한다. 한 목표물을 격추한 뒤 다음 목표를 찾으므로, 단일 목표물에는 효과가 있지만 다수의 목표물에는 취약할 수 있다. 이는 탄환을 다량 소모하더라도 하나의 목표를 끝까지 추격 격추하는 셋팅의 특성이다. 자료=미 해군
■첨단 전투함, 대공방어 시스템 탑재 '이지스함'의 등장
에일라트함 격침 이후 세계 해군은 대함 미사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대함 미사일이란 새로운 창이 등장하자 이에 맞서는 방패도 나왔다.
공격 수단도 아닌 방어 수단인 이지스 시스템을 탑재한 함종이라는 의미인 이지스함이 첨단 전투함의 대명사처럼 되어버린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으로 일방적으로 방어만 해야 하는 수상함 전력 증강보다는 잠수함이나 미사일고속정 전력을 증강해 적 해군을 없애버리면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해군의 가장 기본적인 임무는 자국의 이익이 연관된 수송로 확보 등 근·원거리 해역에 존재하는 것이다.
고속정, 잠수함, 항공기를 이용한 미사일 러쉬는 해양거부 전략으로 해군력이 취약한 공산권에서 주로 사용하였으나, 구소련도 중국도 국력이 쌓인 뒤에는 해양지배를 위해 도전하려 했다는 사실 자체가 해양거부 전략의 한계를 보여준다.
전시에 잠수함으로 적 함대를 파괴한다면, 적 잠수함도 아군 수송선단에 어뢰와 미사일을 퍼부을 것이다. 그런 경우 에너지와 물자, 보급로 차단 등으로 짧은 기간에 자국의 국력은 급속히 쇠퇴한다. 이를 지키기 위해 수송선을 지킬 수 있는 수단, 즉 강력한 방공함과 대잠함이 필요한 것이다.
역사적으로 '힘의 정의,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자비한 전시엔 국제법상 민간 선박을 공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순진한 주장은 약자의 푸념, 패배자의 동정받는 넉두리일 뿐이다.
군사력이란 외교가 실패했을 때 사용되는 것이기에,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수상함은 각종 위협에도 불구하고 생존해 해역을 방어하고 지배해야 하며 가장 확실한 대공체계는 항공기를 운용하는 것, 즉 항공모함을 가지는 것이다.
항공모함은 24시간 조기경보기나 무장 초계를 도는 전투기 편대를 배치하여 수평선 너머 먼 곳에서 다가오는 위협을 사전에 발견할 수 있고 항모가 없는 적이 아군을 발견하기도 전에 공격할 수 있다. 그러나 기술 발전에 의해 항모는 점차 위험에 처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항모가 존재해야 했기에 수십 발의 미사일을 한꺼번에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 방어체계가 개발됐다.
이후 기술 확산에 의해 각국의 해군들이 대함미사일로 무장하게 되었고 그 수준이 비슷하자, 교전 결과 높은 생존성을 기대할 수 있는, 즉 전투가 끝난 뒤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이지스함 보유국가의 해군력이 높은 평가를 받게 됐다.
레이저를 이용한 함정 근접방어무기체계. 항공모함도 유도탄 위협에는 자유롭지 못하며 유도탄 방어에 실패하면 전투 기능 상실뿐만 아니라 격침될 수 있다. 최근에는 대함 유도탄이 음속의 5배 수준인 극초음속 미사일로 진화하고 있다. 레이저 근접방어 무기체계는 빛의 속도와 같은 레이저 빔을 이용해 대응할 수 있어 방어에 매우 효과적이다. 미국은 함정용 자유전자 레이저(FEL : Free Electron Laser) 근접방어 무기체계를 기술 시범 사업(ACTD : Advanced Concept and Technology Demonstration)으로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 무기는 현재 하드 킬에 해당하는 MW급까지는 개발되지 않았지만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를 격추하는 수준은 개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이저 무기는 포탄이 필요 없어 탑재무기의 경량화가 가능하고 군수지원이 용이한 장점이 있다. 또 레이저 무기가 실전 배치되면 함정 근접방어뿐만 아니라 유도탄 방어 유도탄(SAAM : Surface Air Anti Missile)을 요격하는 체계 및 기타 능동 대응체계를 무력화시키는 체계로도 확장될 수 있을 전망이다. 사진=내셔널 인터레스트(national int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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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함미사일의 발달로 CIWS는 미사일 복합화→레이저 광학 병기로 진보 추세
그러나 그 이지스 시스템조차 비싸고 무거워 일정 톤수 이상의 큰 배를 요구하였기에 군사기술과 경제력이 받쳐주지 못하는 국가는 보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반대로 대함미사일이 초고속화, 스텔스화 되는데 발맞춰 대공 체계에 요구되는 수준 또한 높아지고 있다. 방공능력이 없는 함대를 이지스함 한두 척이 엄호하는 식의 함대방공망으론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된다는 분석이 등장해 각국 해군은 개함 방공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과거에는 레이더 연동된 대공기관포인 CIWS 정도가 한계였지만 CIWS 자체도 미사일화되고 있다. 러시아의 경우는 구소련 때 벌써 복합화를 해놨고. 현대 해군 대공체계는 SM-6처럼 수평선 너머에 숨어 있는 표적까지 공격할 수 있도록 길어지거나, 레이저로 근접한 표적을 확실하게 제거하는 등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광학 병기는 일반적으로 레이저를 이용한 무기를 뜻하며, 발사 에너지를 직접 목표에 전달하는 무기인 지향성 에너지 무기(directed-energy weapon, DEW)로 분류된다.
이미 CIWS용 프로토타입과 탄도미사일 격추용 등 몇 종류가 개발되어 있다.
함정용 레이저 근접방어무기체계 운용엔 순간적으로 많은 양의 전기 에너지가 요구되는데, 전기추진 또는 원자력추진 함정의 경우 전력의 일부를 레이저 근접방어 무기체계로 전환해 사용 가능해 대용량 소요전력에 대한 기술적 문제 해결이 가능해 가까운 미래에 해상 전투의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함미사일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나 수상함이 존재할 필요가 없어지지 않는 한 대공체계는 창과 방패의 경쟁처럼 도전과 응전을 거듭하게 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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