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와 美벤처기업 테라파워 추진
차세대 고속로 사업에 日 참여
미국 와이오밍주 2028년 운전 개시
美, 日 몬주 원자로 실패 경험 눈여겨 봐
테라파워 설립자인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주가 지난해 6월 화상 연결 방식으로 미국 와이오밍주 의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이 미국 정부와 미국 벤처기업인 테라파워가 추진하는 차세대 고속원자로 개발 사업에 참여한다. 테라파워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지난 2006년 설립한 고속 원자로 연구개발 기업이다.
요미우리신문은 1일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와 미쓰비시중공업이 이르면 이달 중 차세대 고속로 개발에 관한 협력 합의서를 미국 측과 교환한다고 보도했다.
미측은 미국 에너지부와 테라파워가 공동으로 전개한다. 출력 34만5000㎾급 고속로인 소형모듈원전(SMR)을 미국 서부 와이오밍주에 지어 2028년 운전을 개시하겠다는 목표다.
이 매체는 "미일의 고속로 개발 계획은 온난화 정책에 대응하는 한편, 장래 원전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고 싶어하는 미국과 고속로 개발에 활로를 찾고 있던 일본의 이해가 일치했다"고 전했다.
총 40억 달러(약 4조7600억원)규모의 이번 프로젝트의 비용은 테라파워와 미 에너지부가 절반씩 댈 예정이다. 미국 주도 하에 프로젝트가 진행된다는 의미다. 때문에 완공 후 일본이 얼마나 고속로 기술을 확보할 수 있을 지가 향후 협상 과제로 남은 상태다. 자칫하면, 일본 자체 기술만 미측에 제공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 일본은 고속로 설계 기술, 운용 데이터를 미측에 제공하는 대신, 일본 이바라키현에 만들어 놓은 대형 실험로 시설에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기술을 적용한다는 구상을 내비치고 있다.차세대 원전으로 지목되는 고속로는 일반적인 경수로 원전보다 풀루토늄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 경제성이 높고 핵 폐기물 양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장점이나 아직 신기술이다 보니 초기 건설 비용과 안전성 등에서 해결할 과제가 많은 상태다.
미국이 일본에 손을 내민 것은 일본이 갖고 있는 '실패 데이터'에 가치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일본은 지난 1960년대부터 고속로 개발에 뛰어들어, '꿈의 원자로'로 불려온 고속로 모델인 몬주 원전에 10조원 넘게 투자했지만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 2016년 폐로 결정을 내렸다. 일본 경제산업성 관계자는 요미우리에 "미국이 실패를 포함한 일본의 경험을 원하고 있다"며 몬주 사업으로 얻은 교훈 등을 미국과 공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미 테라파워는 지난 2010년 일본의 대표적 원전 기업인 도시바와 차세대 원자로 공동 개발을 추진하기도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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