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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묶인 단독주택지에 아파트 세운다… 대구 '종 상향' 허용 [fn패트롤]

지구단위계획 수립 지침 개정
수성구 범어·만촌동 등 6.1㎢
절반 이상 노후화 주거여건 악화
층수 완화 등 제1종일반주거 확대
시민단체 "수성구 쏠림·난개발 우려"

50년 묶인 단독주택지에 아파트 세운다… 대구 '종 상향' 허용 [fn패트롤]
대구시가 50년 만에 대규모 단독주택지에 대해 '종 상향'을 허용,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들어간다. 사진은 대구시내 단독주택지 전경 대구시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구=김장욱 기자】 대구시가 50년 만에 낡고 오래된 대규모 단독주택지에 대해 '종 상향'을 허용, 본격적인 행정절차에 들어간다.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분위기지만, 난개발에다 수성구 집중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번에 '종 상향'이 허용된 '대규모 단독주택지'는 지난 1970년대 토지구획정리사업으로 조성된 남구 대명동, 달서구 송현동, 수성구 범어·만촌동 일원(6.1㎢) 저층주택 밀집지역으로, 시는 이곳들을 '제1종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관리했다.

이들 지역들은 최근 노후건축물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주차장·공원 들의 기반시설 부족, 원룸 난립 드응로 쾌적한 저층주택지로서의 위상이 약해지고, 교통 및 주차, 안전, 쓰레기 등 주민들의 불편이 날로 심해지며 최초 지정 당시의 취지는 흐려지고 정주여건만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번 결정은 이들 지역에 대한 제도적 제약이 과도하고 주거여건 악화가 심각하다는 공감대가 바탕이 됐다. 대규모 단독주택지는 다른 제1종일반주거지역과 달리 종 상향이 원천적으로 불가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또 단독주택지보다 공동주택을 선호하는 시대적 주거선호도 변화 역시 감안했다.

대규모 단독주택지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대구시에만 지정·관리되는 독특한 형태라는 점 역시 문제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주민참여위원회를 주도한 김한수 대구시 도시계획위원회 부위원장(계명대 도시계획학과 교수)은 "이번 '종 상향' 허용 등의 정책은 주민들이 살고 싶은 주택을 선택하는 유연한 도시계획 모델의 표준이다"면서 "적정한 개발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 개발지역의 변화뿐만 아니라 주변지역 환경까지 개선해 개발과 보존이 공존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지역 부동산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수성구를 제외한 남구와 달서구의 경우 신규 개발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진우 부동산관리연구소장은 "대구는 오는 2025년까지 신규 주택 공급량이 많아 추가 개발이 어렵겠지만, 범어4동과 만촌동의 경우 학군 및 생활 인프라가 뛰어나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장기적으로 신규 개발부지가 확보된 만큼 신규 주택 부족 상황이 벌어지면 남구와 달서구도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는 난개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대구경실련)은 "이번 '종 상향' 허용 등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수성구 쏠림 현상 심화, 대구 지역 부동산 시장 전체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이라고 지적했다.

혁신안의 핵심인 종 상향에 의해 개발 제한이 완화되는 단독주택지역 6.1㎢ 중 3분의2 이상인 4.2㎢가 수성구이기 때문이다.

대구경실련은 "종 상향의 폐해는 또 있다"며 "대규모 단독주택지에 무분별한 고밀도, 고층아파트 건립을 유발해 대구 전역을 고층 아파트 숲으로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행정'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종 상향' 허용에는 '초당적 협력'으로 주민의 숙원을 이뤄낸 숨은 일등공신이 있다. 주인공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강민구 시의원(수성1)과 국민의힘 소속 김태원 시의원(수성4)이다.
두 시의원은 지난 2018년 당선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했고, 당을 가리지 않고 힘을 모았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결국 주민을 바라보고 행동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이들은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하고 주민 스스로 주거환경을 개선해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유도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시는 상반기 내 행정예고 등 행정절차를 밟아 '대구시 지구단위계획 수립지침' 개정을 완료할 계획이다.

gimju@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