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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압박 속 성장동력 사그라든 中… 경기부양책 '되풀이' [2022 신년기획]

V KOREA와 CHINA 중국경제 진단
팬데믹에도 나홀로 성장했지만
코로나 초반 강력한 통제정책 성공
2020년 2분기부터 성장률 반등
작년 1분기엔 18.3%까지 성장
갈수록 꺾이는 경기 회복세
기저효과 사라지고 코로나 다시 확산
美 중심 서방의 '中 고립전략' 강화
국제 원자재값 상승·전력난 악재도
다시 꺼낸 부양카드 얼마나 먹힐까

美 압박 속 성장동력 사그라든 中… 경기부양책 '되풀이' [2022 신년기획]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지난 2019년 12월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코로나19 바이러스. 당시는 이 바이러스가 가져올 거대한 팬데믹 후폭풍을 대부분 예상하지 못했다. 또 다른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될 것이라는 경고도 일부에서 나왔으나, 사람 간의 전염 가능성이 작다는 중국 정부의 발표가 오히려 신뢰를 얻었다. 하지만 상황이 급격하게 변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여객기에 실려 세계로 퍼졌고 감염자와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된 이후에야 각국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당초 중국에 우호적인 발언만 늘어놓던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난의 화살이 날아들자, 팬데믹을 선언한 것도 이즈음이다. 세계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팬데믹은 선언적인 의미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됐다. 반면 중국의 대책은 세계 다른 국가와 극명하게 갈렸다. 중국은 바이러스의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이라는 도시를 아예 원천봉쇄하는 초유의 고강도 전략을 초반부터 꺼냈다.

■'예상한 듯' 빠른 경제·방역 대응

중국 정부는 이 덕분에 불과 몇 개월 만에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할 수 있었고 경제회복 속도도 빨랐다. 중국은 이를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으로 연결하기도 했다. 실제 중국 통계의 '신뢰' 여부를 예외로 둘 경우 중국 정부가 제시한 수치는 표면적으로 가장 두드러진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2020년 1·4분기에 역대 최저인 -6.8%로 곤두박질쳤다. 하지만 2·4분기 3.2%, 3·4분기 4.9%를 거쳐 4·4분기 6.5% 성장까지 'V자형' 반등에 안착했다. 이로써 연간 GDP성장률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2.3%라는 '나홀로' 플러스에 성공했다.

중국은 우한 지역 봉쇄 2개월여 뒤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대출우대금리(LPR)를 0.5% 내려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했다. LPR은 18개 은행이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에 보고한 최우량고객 대출금리의 평균치로, 중국에선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은행의 지급준비율(의무적 현금준비 비율)을 수차례에 걸쳐 낮춰 시장에 수백조원의 자금을 공급했다. 이를 낮추면 중국 경제 시장에 더 많은 유동성을 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흔히 사용되는 통화 완화 수단으로 꼽힌다. 지방 사회간접자본(SOC)에 주로 투입되는 지방특별채권 발행을 확대했으며 인민은행은 재할인율과 재대출 금리를 인하했다.

'중국 경제가 과잉유동성을 회피한다'는 문구를 삭제하는 등 경기부양정책 의지도 외부에 피력했다. 결국 이 같은 적극적 재정·금융정책과 정부의 지원은 강한 시그널이 됐고 시장은 지표로 반응했다. 소비활동은 회복이 더디긴 했지만 중국 정부는 할인 혹은 무료 티켓을 뿌리며 소비자 지갑을 여는 데도 공을 들였다.

■동력 잃는 경제회복 둔화 가속

하지만 이런 기대감은 날이 갈수록 점차 동력을 잃고 있다. 2020년 기저효과가 완전히 소멸되고 있는 데다 코로나19 산발적 재확산, 미국의 중국 견제 강화,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전력난, 서방의 대중국 고립 전략, 중국 정부의 잇따른 내부 규제 리스크 등 악재가 전방위적으로 새어 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중국의 2021년 1·4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도 기저효과로 18.3%까지 치솟았지만 이런 요인이 차츰 빠지면서 2·4분기 7.9%를 거쳐 3·4분기엔 4.9%까지 내려앉았다. 4·4분기는 3.9%(인민대학교 산하 중국거시경제포럼)를 넘어 3.2%(중국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 실험실)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코로나19가 중국 본토 각 지역에서 산발적으로 다시 확산되고 있는 것도 난관이다. 중국은 확진자 1명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이 전염병 확산 방지에는 일정 부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지만 비용증가와 함께 경제 주체들의 활동은 제약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문가를 인용, "여행 제한과 봉쇄로 소비심리가 약해지면서 서비스 부문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로 코로나 이면을 꼬집었다.

중국 중앙정부는 한 도시에서 코로나19가 확산될 경우 그 지방정부 관리들에게 책임을 묻는 정책을 쓴다. 대신 그만큼 권한도 준다. 지금까지 방역 실패로 옷을 벗은 관리들은 수두룩하다. 이 때문에 지방 관리들은 경제 활성화보다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정책의 초점을 두고 있다. 지난해 12월 급격히 확진자가 늘어난 저장성의 경우 닝보 등 일부 지역에서 생산공장 가동을 중지시키고 주요 물류이동 경로까지 가로막은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다.

여기다 중국 정부가 일찌감치 미국 편에서 반중국 정책을 폈던 호주에 보복하기 위해 호주산 석탄 수입금지조치를 내린 것은 오히려 '전력난'을 촉발시켜 경제회복에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중국 정부가 뒤늦게 호주산 석탄 수입을 일부 재개했으나 다른 전력난 문제도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탄소저감정책 숙제 해결을 위한 지방정부의 지나친 중앙정부 눈치보기 △주요 원자재 생산지역 대규모 홍수 등 악재는 잇따라 중국 경제의 목덜미를 짓눌렀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국가의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는 점도 중국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으로 봐야 한다. 미중 관계는 11월 중순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화상 정상회담을 하며 대화의 물꼬가 트일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미국은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공식 정부사절단 없이 선수단만 파견하는 조치)을 선언한 데 이어 미 상·하원은 중국 신장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수입을 금지하는 '위구르족 강제노동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또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군사적 목적과 인권 탄압을 위해 생명공학을 비롯한 첨단기술을 발전시키려는 중국의 위협에 조치를 취한다"며 중국을 포함해 37개 기관과 기업에 대한 수출제재 방침을 밝혔다.

미 재무부도 세계 최대 상업용 드론 제조사인 DJI를 비롯해 중국 기업 8곳을 '중국 군·산업 복합기업'으로 지정하고 투자 블랙리스트에 추가한다고 고시했다. 이로써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은 68곳으로 늘었다. 이들 기업에 대해선 미국인의 투자가 금지된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신장 등에서 위구르족을 탄압하는 데 중국 정부와 협력하는 단체들의 명단을 만들고 그들의 물건이 미국에 들어오는 것도 차단했다. 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의 대표기업인 화웨이의 경우 중국 정부의 인권탄압 및 정치사찰 등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다는 미국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세계 최대 경제 강대국인 미국의 대중국 압박이 거세지고 있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선 중국 투자에 대한 리스크 요인 상승과 의미가 같다.

중국 정부가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 실현과 내부단속을 위해 꺼내든 부동산·교육·빅테크 규제 역시 관련산업을 위축시킨다는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중국 2위의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에버그란데)의 경우 막대한 부채 때문에 중국발 리먼브러더스 사태의 재현이라는 우려까지 한때 나왔었다. 규모 25위의 또 다른 부동산개발업체 자자오예는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

경제 주체가 정부 규제로 사업을 축소하거나 일부 업체가 중국 정부의 본보기식 '때려잡기의 표적이 되면 해당 산업의 활력을 낙관하긴 힘들다. 중국 정부는 '미래의 건강한 산업 발전'을 내세우지만, 현재 중국 경제상황은 장기적인 청사진을 그리기에도 그리 녹록한 상황이 아니다. 시 주석이 미국의 경제수준을 뛰어넘겠다고 공언한 시점(2035년)까지 기간도 넉넉하지만은 않다.

■다시 꺼낸 경기부양책, 韓국익 찾아야

중국 정부의 대응은 제한적이긴 해도 다시 경기부양 정책을 꺼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이미 대수만관(물을 대량 푼다는 뜻으로, 대규모 양적완화를 의미)은 하지 않겠다고 천명한 만큼 기준금리는 0.05% 내리고 기준율을 0.5% 하향 조정하는 등 경기부양정책을 제한작동시키고 있다. 엄중한 정리를 예고하며 일체 타협이 없을 것처럼 보였던 부동산 규제도 각 지방정부에서 슬그머니 대출 규제를 낮추고 있는 중이다.

중국공산당이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결정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를 지난해 말 열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이 수요 축소, 공급 충격, 기대치 약세 전환의 3중 압력에 직면해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 것도 이러한 현실 우려가 반영됐다.

중국 고립정책에는 러시아와 일대일로(육·해상 신실크로드, 시진핑 국가주석의 대외확정 정책)를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다. 남중국해를 놓고 갈등을 겪고 있는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에도 연일 러브콜을 보내며 자국 세력 동참을 호소한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디지털경제동반자협정(DEPA) 등 다자 자유무역협정(FTA) 추진도 경제분야에서 서방세계에 정면으로 맞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은 미중 양국 사이에서 전략성 모호성을 유지하며 정치·경제적 중립을 지켜온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중도 한국의 이러한 입장을 고려해 양자택일은 강조하지 않는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는 피동적인 측면을 강조한 해석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른바 주요 2개국(G2)으로 불리는 양국 사이에서 국익을 최대한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도 존재한다는 취지다.


중국 전문가인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미국은 아세안과 우호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한류가 필요하고 중국은 같은 목적으로 한국의 경제력을 원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한류가 두려워 한한령을 해제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국 정부도 RCEP나 CPTPP 가입에 대한 국내 여론이 있을 때마다 비슷한 설명을 내놨었다. 국제정세를 면밀히 모티너링 중이며 국익을 최대한 고려해 신중한 결정을 내리겠다는 게 일관된 입장이다.

jj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