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내년 4월 임기 종료
올 7월께 후임자 인선 돌입
물가상승률 2%, 2014년 제외하고는
한 차례도 근처에도 못가
美 금리 인상 전개시, 엔 약세 불가피
'나쁜 물가인상' 우려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 총재.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은행(BOJ)의 최장수 총재인 구로다 하루히코가 임기 마지막 해를 맞이했다.
이미 후임 총재를 둘러싼 하마평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금리 정상화 스텝은 물론이고 목표로 삼았던 물가상승률 2% 달성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내려오게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4일 지지통신은 내년 4월 구로다 총재의 임기 종료에 따라 올해 7월 참의원 선거 이후 새 총재 인선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구로다 총재가 재무성 출신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일본은행 내부 출신 기용설이 부상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후임으로는 일본은행 부총재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구로다 총재는 아베 신조 2차 내각이 출범한 그 이듬해인 2013년 3월 일본은행의 수장에 올랐다. 재정확대와 금융완화, 구조개혁이란 아베노믹스 3개의 화살 중 금융완화를 맡아 일본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에 맞춰 '충실하게' 엔을 풀어왔다.
엔화 가치를 끌어내려 수출기업에 막대한 이익을 안겼으며 도쿄증시 부양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아베노믹스 가동 직후, 일자리가 늘고, 경기가 살아나는 모습도 보였지만, 장기간에 걸친 막대한 양의 국채 떠안기, 엔화 공급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 사태 후 미국, 중국 등 주요국 경기가 빠르게 회복세를 나타냈지만, 일본 경제는 여전히 침체 터널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통화정책이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BOJ)총재. 로이터 뉴스1
현재로선 명예로운 퇴진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경기회복의 바로미터로 삼은 '2% 물가상승률' 달성은 요원한 상태다. 소비세율이 5%에서 8%로 인상된 2014년(2.7%),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고는 일본의 소비자 물가는
1.5%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지수는 2016년에는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으며, 이후 회복되었다고는 하나 지난 2019년 0.5%에 이어 2020년 0.0%로 다시 후퇴했다.
구로다 총재는 물가를 근거로 들며, 올해도 대규모 양적완화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기 회복 수준이 미약하기 때문에, 아직은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돈 풀기 정책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정상화 조치가 본격화될 경우, 구로다 총재의 악몽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내외 금리차 확대에 엔화의 상승탄력성 약화로 엔저가 한층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원유 등의 수입물가 상승이 경제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임금 인상이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물가만 상승하는 이른바 '나쁜 물가'가 진행될 수 있으며, 이것이 결국 일본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경우, 구로다 총재의 시름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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