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공급망 패권전쟁
한국 경제 핵심품목 4000여개
中 수입 의존도는 25% 달해
제2의 요소수사태 '위기 잠복'
일본 3대 품목 수출규제, 중국 요소수 사태, 차량용 반도체 대란에 이어 경제안보 핵심품목 4000여개 공급망 문제가 시한폭탄처럼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다.
코로나19 변이로 아시아 등 주요 공장 셧다운도 문제이지만, 글로벌 패권전쟁 속 외교안보 차원의 공급망 부족 사태가 불거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으로 촉발된 글로벌 신냉전체제에서 대중국 수입의존도(25.1%)가 높은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위험요소다.
미국·영국·호주·캐나다 등 서방국이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우리나라는 종전선언 등 아슬아슬한 외줄타기 외교를 추진하고 있어 자칫 삐끗하면 글로벌 공급망 사태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망 문제, 외교안보와 직결
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중심 11개 부처·청은 국내 공급망 문제가 우려되는 반도체·이차전지 등 경제안보 핵심품목 4000여개를 비밀리 파악하고 조기경보시스템(EWS)을 가동키로 했다. 특정 국가 의존도가 50% 이상인 4000개 품목 조기경보시스템은 조만간 발동된다.
정부 관계자는 "해외에서 들여오는 공급망 핵심품목은 공개되면 상대국을 자극할 수 있어 비밀유지가 핵심"이라며 "품목별로 국내 자체 생산할 것인지, 수입다변화를 할지, 비축물량을 늘릴지에 대해 메뉴판처럼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 문제는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안보와 직결돼 수면 아래서 총성 없는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외교적 우방국인 일본, 대만, 호주 등과 결속해 반도체 등 공급망 패권을 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까지 진영 구분 없이 중국에 대항하는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하는 것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도광양회(韜光養晦·은밀하게 힘을 기른다) 대신 중국몽(中國夢)으로 '팍스 시니카'(Pax Sinica·중국 주도 세계질서)를 건설하겠다는 야망을 드러내며 격돌했다.
미·중 패권전쟁은 이미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넘어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 줄 세우는 신냉전으로 비화됐다. 요소수 사태도 미국 동맹국인 호주가 화웨이 5세대(5G) 네트워크 참여금지에 나서자 중국이 호주석탄을 수입하지 않으면서 촉발된 것이다.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 우려
특히 우리나라는 공급망에 중국 수입의존도(25.1%)가 지나치게 높아 제2, 제3의 요소수 사태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산업연구원 기준 한국 대중국 수입품목 중 전략적 취약성이 관측된 품목은 총 1088개이며, 이 중 604개가 중간재다. 한국의 대중국 관심품목(대중국 수입의존도가 50% 이상~70% 미만)은 2007년 965개에서 2020년 총 1088개로 상승했다. 취약품목(대중국 수입의존도가 70% 이상)은 657개 수준이다.
김바우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 요소수 수출규제는 정치·외교적 문제로 불거진 2019년 일본 수출규제와 차이가 있지만 공급망에 미친 결과는 유사했다"며 "한국의 대중국 전략적 취약성은 미국, 일본 대비 중간재 분야에서 두드러져 특별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대중국 수입의존도는 21.4%로 우리보다 낮다. 관심품목과 취약품목은 각각 575개, 281개로 한국의 절반 수준이다.
lkbms@fnnews.com 임광복 윤재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