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스트리트] 탈모제 공약

[fn스트리트] 탈모제 공약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탈모 커뮤니티 헌정 영상.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탈모는 연령순이 아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탈모 질환자는 23만3000여명이다. 예상과 달리 30대가 22.2%로 가장 많다. 40대와 20대가 각각 21.5%와 20.7%로 그 뒤를 이었다. 산출근거는 명확치 않지만 국내에서 탈모 증상을 겪는 사람은 10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관련 사이트에서는 '천만 탈모인'이란 표현이 종종 등장한다.

국내 탈모 치료제 시장규모는 연간 1200억원에 이른다. 탈모 치료제는 프로페시아와 아보다트가 대표적이다. 프로페시아는 한 달에 5만5000원가량으로 1년에 약 70만원, 아보다트는 한 달에 약 4만5000원으로 1년에 약 55만원이 소요된다. 탈모 질환자들은 지난해 387억여원의 약값을 지출했다.

탈모는 질병이지만 탈모 치료제는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는다.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다. 약값이 부담돼 해외 직구를 하거나, 탈모약과 같은 성분인 전립선 비대증 치료제 두타스테리드 성분을 편법으로 급여 처방받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탈모약 건보 적용을 대선 공약에 포함하는 방안이 뜨거운 호응을 얻는 까닭이다.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노(No),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 탈모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15초 분량의 동영상이 공전의 히트를 치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탈모치료제 건보 적용을 공약으로 검토하고 나선 것을 계기로 건보 재정부담과 건보 적용순위의 형평성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탈모로 재미를 본 민주당은 고령층 표를 겨냥해 임플란트 건보적용 나이 제한과 본인 부담률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분출하는 유권자의 요구를 반영해 발빠르게 의제화하는 것은 신선하지만 악화일로를 걷는 건보 재정을 고려하지 않는 '모(毛)퓰리즘' 공약은 곤란하다. 탈모 공약이 과연 이번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