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공동체 전국에 분포
백신 거부하며 집단 생활
기초 지자체 실태 파악 필요
폐쇄적 종교시설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잇따르는 가운데 유사 시설에서 집단감염 발생을 막기 위한 기초 지자체 중심의 선제적 실태 파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시설이 전국적으로 광범위하게 분포된 탓에 세심한 방역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폐쇄적 종교시설 발 집단감염 급증
9일 방역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폐쇄적 종교시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충남 공주시 소재 종교시설에서 외부와 접촉 없이 폐쇄적으로 집단 생활을 해오던 주민 46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시 방역 당국에 따르면 시설 주민 대부분이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아 감염이 확대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21일에는 인천시 중구 소재 한 선교시설에서 집단 생활을 해오던 신도와 목사 등 89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특정 종교에 속하지 않은 채 독자적인 선교 활동을 해오던 시설 내 대부분의 신도들 역시 시 방역 당국의 거듭된 백신 접종 권고에도 "안전성이 확보되면 맞겠다"며 거부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1월에도 충남 천안 소재 종교 ��동체 마을에서 폐쇄적 집단 생활을 하던 주민 300여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지자체는 이들 시설의 폐쇄성과 방역 기준 적용의 애매함 때문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설명했다.
공주시 관계자는 "간판은 교회로 걸고 있지만 사실상 집단 기숙 시설로 보고 있었다"며 "거리두기·백신 접종 등을 권고하러 시설에 방문해도 (시설의) 폐쇄성 때문에 거주 인원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인천 중구 관계자도 "그간 정식 종교 기관은 아니지만 종교 시설로서 방역 관리를 해왔다"며 "집단 감염이 나오고 난 뒤 고민이 큰 것이 사실이다. 종교 시설도, 주거 시설로서도 법적 잣대를 적용하는 것이 애매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기초 지자체 실태 파악·방역 관리
종교적 신념을 기반으로 조성된 폐쇄적 집단 시설의 구체적 분포 파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의 설명이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다종교 사회인 한국의 특성상 교단에 소속되지 않은 독립적 형태의 조직들이 전국 단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분포를 파악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코로나19 이전에는 규모 파악조차 되지 않다가 집단감염으로 하여금 또다른 방역의 사각지대로 떠오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해당 시설에 대한 기초 지자체 차원의 구체적 실태 파악과 세심한 방역 관리가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탁 교수는 "사후약방문식 해결이 아닌 지자체 차원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며 "정부 차원이 아닌 소규모 단위 지자체에서 이들 시설에 대한 충분한 실태 파악 및 전수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대다수 미인가 시설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군·면·동 단위 등 기초 단위 지자체가 이들 시설에 대해 자세히 알 가능성이 높다"며 "기초 지자체 중심의 실태 파악과 이들 시설에 대한 구체적 방역 기준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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