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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앞에서 작아지는 후보들…'눈높이 공약' 쏟아낸다 [2022 대선 D-57]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지하철 정기권도 버스 환승 등
생활 밀착형으로 공감 얻고
누구나집·청년원가주택같은
내집마련의 꿈, 현실화 약속도

MZ앞에서 작아지는 후보들…'눈높이 공약' 쏟아낸다 [2022 대선 D-57]
오는 3월 9일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 '청년 표심'이 후보들의 당락을 가를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여야 후보들은 청년을 위한 공약을 쏟아내며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정책 경쟁을 펴고 있다.

공약 내용의 핵심은 크게 '생활밀착형, 젠더, 부동산'으로 나뉜다.

공약 발표 형식도 연일 새로워지고 있다. 친근감 있는 영상이나 짧고 간결한 메시지 전달이 청년들의 높은 호응을 얻으면서다.

■탈모부터 게임까지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안철수 국민의당·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 선대위는 '색다른' 선거운동을 위해 저마다 아이디어를 짜고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의 '스윙보터(어떤 후보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로 불리는 청년 유권자를 겨냥한 공약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최근 여론의 반응이 뜨거운 정책의 공통점은 '실생활 밀착형'이라는 점이다.

이 후보는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공약이 '대박'을 터뜨리면서 후속 청년 공약에 공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전날 취업준비생과 배달 아르바이트 중인 청년근로자들을 만나 '비정규직 공정수당'을 내세웠다. 비정규직으로 첫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가 많은 2030세대를 겨냥한 정책이다. 대중 골프장의 요금 인하와 미성년 자녀의 부모 빚 대물림을 막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윤 후보는 '병사봉급 월 200만원' 공약이 큰 주목을 받았다. 윤 후보는 이날 SNS 글에서 "청년들의 국방의 의무를 희생만이 아닌 존중으로 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공약은 이 후보도 앞서 발표한 바 있는 정책이다. 온라인 게임에서 본인인증 절차를 개선하겠다는 약속과 지하철 정기권을 버스 환승에도 사용토록하는 제도, 전기차 충전요금 동결 등도 청년들의 실생활과 직결된 공약이다.

■젠더·연금개혁·부동산도 한 축

후보들은 '젠더'와 관련된 공약으로도 경쟁을 펴고 있다. 대표적으로 윤 후보가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발표하자 이 후보와 심 후보가 각을 세우는 모양새다.

이 후보는 이날 여성 스타트업 대표들과의 간담회에서 "한때 정치권에서 의도적인 분열 책동, 분할-지배 전략 때문에 지역으로 나눠서 이유 없이 서로 증오하고 갈등하게 해서 정치적 이익을 획득하는 일이 있었다"면서 윤 후보로 촉발된 젠더 갈등 구도를 에둘러 비판했다. '여성가족부 강화'로 윤 후보에 맞선 심 후보는 여가부를 확대해 성평등부로 격상하고 아동청소년부 독립 등을 내세우고 있다.

다만 윤 후보는 이외에도 '성범죄 처벌 강화, 무고죄 처벌 강화' 등의 메시지도 냈는데, '이대남(20대 남성)'만을 위한 갈라치기 정책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부동산 문제도 청년 표심의 한 축이다. 후보들은 무주택자, 사회초년생들을 위한 공약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후보는 분양전환가격을 사전에 확정해 일정 기간 임대 후 분양하는 '누구나집' 프로젝트, 미래소득을 고려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등을 발표했다. 다른 후보들도 청년원가주택 30만호(윤석열), 청년안심주택 50만호(안철수), 수도권 공공주택 25만호(심상정) 등 내집 마련의 꿈을 현실화한다는 약속을 내놨다.

안 후보와 심 후보는 '연금개혁'에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연금개혁은 미래세대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분야라는 점에서 2030을 위한 공약으로 여겨진다. 특히 '청년정책 4호'로 국민연금 관련 공약을 발표한 안 후보는 동일연금제, 지속가능한 통합 국민연금법(가칭) 등 구체적 로드맵을 내놓고 있다.

■방식부터 새로워…'가볍다' 비판도

한편 후보들의 메시지 전달방식에 대한 청년들의 반응도 뜨겁다. 유튜브 채널을 이용한 영상은 물론, 짧고 간결한 메시지로 청년들에게 쉽고 가볍게 다가가고 있다. 비대면 시대에 청년의 관심을 끌기 위한 것으로, MZ세대(1980년 이후 출생)가 글보단 시청각적 메시지에 익숙하다는 점도 변화의 주요 배경이다.

이 후보의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 윤 후보의 '석열씨의 심쿵약속', 안 후보의 '철수마켓', 심 후보의 '심요일에 만나요' 등 소통방식의 네이밍도 흥미롭다.

이 후보는 '탈모 공약' 발표 시 "이재명을 뽑는다고요?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 영상으로 주목도를 높였고, 윤 후보는 59초짜리 '쇼츠 영상'을 공개하며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윤 후보의 'AI윤석열' '위키윤'도 청년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후보들의 간결한 메시지가 대선 주자로서의 무게감과 정확한 전달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온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후보들이 토론을 통해 정책 메시지를 내놔야 하는데 짧은 단어로 공약을 표현하는 방식은 공약에 대한 이해도를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