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곽인찬 칼럼] 안풍 얼마나 셀까

[곽인찬 칼럼] 안풍 얼마나 셀까


[곽인찬 칼럼] 안풍 얼마나 셀까
극심한 비호감 논란 속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대안으로 뜨고 있다. 안 후보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범준 기자

안철수가 처음 정치판을 기웃댈 때 나는 말렸다('아서라 안철수'·2011년 9월 7일자).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공정과 양심의 대변자로 통했다. 안철수연구소(현 안랩)는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을 무료로 배포했다. 설립자 안철수는 기업인으론 드물게 존경받는 인물에 꼽혔다. 나는 그가 사회의 등불로 남길 바랐다. 하지만 끝내 그는 정치에 발을 디뎠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안철수는 무소속 박원순에게 '아름다운 양보'를 했다. 2012년 대선에선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며 사퇴했다. 2017년 대선에서 안철수는 완주했으나 문재인-홍준표에 이어 3위에 그쳤다. 작년 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안철수는 국민의힘 오세훈과 단일화 경선을 펼쳤으나 졌다. 이어 지난해 11월 안철수는 국민의당 후보로 20대 대선 출사표를 던졌다.

올해로 어언 11년차 정치인이다. 말투며 무게감이 예전과는 딴판이다. 서랍에 넣어둔 안 후보의 출사표를 꺼내봤다. '놈놈놈 대선'이란 단어가 눈에 확 들어온다. "나쁜 놈, 이상한 놈, 추한 놈만 있다며 (국민이) 걱정이 태산"이라는 것이다. '클린 안철수'를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당선되면 임기 중반 중간평가를 받겠다는 승부수도 띄웠다. 청년층을 겨냥한 연금개혁 공약도 보인다. 제1 비전으로 내세운 과학기술중심국가 건설은 의사 출신답다. 안 후보는 TV 인터뷰에서 이공계 출신인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 독일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 이름을 언급하기도 했다.

한국도 과학자 대통령을 갖게 될까? 일단 안풍(安風)이 예사롭지 않다. 판을 흔드는 수준이다. 이재명도 싫고 윤석열도 싫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 공간을 안 후보가 파고든다. 국힘 자중지란은 보너스가 됐다. 향후 전개될 제1 시나리오는 이재명-윤석열-안철수 3파전이다. 야권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제2 시나리오는 이재명 대 윤석열 2파전, 제3 시나리오는 이재명 대 안철수 2파전이다. 안철수는 단일후보 경쟁력에서 윤석열에 앞서는 걸로 나온다.

하지만 앞길은 험난하다. 국힘은 내홍을 매듭짓고 새로운 출발을 다짐했다. 단일화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결정적으로 안 후보는 이제부터 검증 시작이다. 일단 당선권에 들면 때론 날카롭고 때론 지저분한 메스를 피할 수 없다. 만에 하나 클린 이미지에 얼룩이 묻으면 실망감이 더 크다.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국민의당은 의석 3석짜리 초미니 정당이다. 민주당(169석)은 물론 국힘(106석)에도 상대가 안 된다. 새 정부는 민주당이 지배하는 의회와 2년 동거가 불가피하다. 이는 '윤석열정부'에도 버거운 구도다. '안철수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안 후보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사례에서 위안을 찾는 것 같다. 마크롱은 2017년 5월 단기필마로 대통령이 됐고, 이어 6월 총선에서 갓 창당한 앙마르슈(전진)가 압승했다. 그러나 한국 총선은 2024년에야 열린다.

11년 전 칼럼에서 나는 "'정치인 안철수'는 아무리 생각해도 밑지는 장사"라고 썼다.
아쉽긴 하지만 어쩌랴, 안철수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 이제 선택은 유권자의 몫이다. 두 달 남은 대선(3·9)이 한층 흥미진진해졌다.

paulk@fnnews.com 곽인찬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