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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답] 이주열 "물가 상승 압력, 상당히 높고 광범위하게 확산"

[문답] 이주열 "물가 상승 압력, 상당히 높고 광범위하게 확산"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2022.1.14/뉴스1


[문답] 이주열 "물가 상승 압력, 상당히 높고 광범위하게 확산"
© News1 이지원 디자이너


[문답] 이주열 "물가 상승 압력, 상당히 높고 광범위하게 확산"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4일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높고 광범위하다는 것을 확인했다"라며 "소비자물가는 상당 기간 3%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한은 금통위는 연 1.00%인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코로나19 확산 이래 지난해 8월, 11월에 이은 3번째 인상이다.

아래는 이 총재와의 일문일답.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코로나19 이전 기준금리인 1.25% 수준을 회복했는데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평가하는지. 추가 인상 필요성은.

▶기준금리가 코로나19 위기 이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갔다. 완화적이냐, 아니냐의 판단은 현재 경제 상황, 성장이나 물가 등 여러 기준을 놓고 평가하게 되는데, 지금도 실물경제 상황에 비해서는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 판단한다.

또한 금리 인상의 배경 중 하나로 '금융 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을 말씀드렸는데 이런 걸 감안해 보면 여전히 금리를 추가 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인상으로 한은이 판단하는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평가하는지. 중립금리를 고려했을 때 완화적인 수준의 정상화가 얼마나 더 필요하다고 보나.

▶중립금리를 여러 방법을 통해 추정해 봤을 때, 현 기준금리는 중립금리 수준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

시장에서는 1.5~1.75% 정도의 기준금리 기대 수준이 형성돼 있는 것 같다. 그것이 적정하냐 하는 건 말씀드릴 수 없다. 항상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시장과 소통을 강조하고, 또 질서있는 정상화라는 표현도 쓴다. 통화정책을 운용하면서 금통위 생각과 시장의 기대 사이 간격이 크다면 적극 소통해 가면서 간극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최근 미 연준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데 이로 인한 국내 금융시장 영향을 어떻게 보고 있나. 올해 후반부터 연준이 양적긴축을 시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빨라지고 있다. 또 최근에는 소위 '양적 긴축'이라고 대차대조표를 줄이는 양적긴축이 올해 내 시행되지 않겠냐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것이 상당 부분 국내 시장에 선반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어떻든 간에 기대가 변한다면, 연준의 스탠스가 변화한다면, 그에 따라서 국내 시장에서도 변동 폭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테이퍼링이 곧 끝나고 금리 인상이 시작될 것이고, 거기에 더해서 양적인 긴축까지 더해진다면, 금융시장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미 연준도 통화정책의 스탠스를 적극적으로 시장에 알리고 미리 준비하게끔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신흥국의 경우에는 국내 시장의 변동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고 특히 취약 신흥국은 예상 외 충격이 있을 수 있다. 다만 다른 신흥국과 우리 사정은 다르다. 이미 연준의 정책 방향이 (시장에) 반영돼 있는 데다가 우리 경제는 대외 건전성이 다른 신흥국과는 차별화돼 있고 건전성도 양호하다. 크게 우려하지는 않는다.

어쨌든 미 연준의 통화정책 방향은 파급력이 크기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지켜보겠다.

-연준이 올해 양적 긴축을 하게 되면 한은도 금리 추가 인상 등 긴축이 필요할까.

▶한은은 연준보다 선제적으로 (금리 인상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 운영에 있어서 국내 경제를 우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 하지만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생각보다 빨라지고 긴축 정도도 세진다면 우리 통화정책 운용에 있어서도 중요한 하나의 고려 요인이 될 것이다.

◇수출 호조에 소비 기조적 회복세…"경제 꾸준히 성장할 것"

-수출, 고용은 회복했지만 민간 소비는 여전히 코로나19 이전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향후 경기 전망을 부탁한다.

▶소비의 움직임이 중요해졌다. 감염병이 확산되고 진정되는 수차례 과정을 거치면너 소비 회복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올 겨울에도 다시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소비 회복세가 주춤해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소비가 감염병 상황에 따라서 조금씩 기복을 보이고 있지만, 기저의 흐름, 기조적인 회복 흐름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경제 주체들이 감염병에 어느 정도 적응했다고 하는 그런 적응력이 높아졌다. 또 소비 구성 측면에서 보면 서비스 소비는 타격을 받고 둔화, 위축돼 있지만 그것을 재화 소비가 상당 부분 상쇄해 주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감염병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보다는 조금 나아지고 있다. 정부 정책 지원으로 인해 소비 흐름을 뒷받침해 주는 측면도 있다.

다음으로 수출을 보면, 주력 품목인 정보통신기술(IT) 재화의 글로벌 수요가 상당히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수출은 앞으로도 성장을 뒷받침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종합해 보면 수출 호조와 소비의 기조적 회복 흐름에 따라 국내 경제도 꾸준한 회복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워낙 불확실성이 크기에 늘 면밀히 상황을 지켜 보면서 경제 상황을 판단해 나가겠다.

-설 전 추경 편성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는데, 추경으로 인한 적자국채 발행 부담이 시장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 어떻게 보나.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해 적자국채가 발행된다면 다른 여건이 동일할 경우 시장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 시장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는 국채 발행도 큰 영향을 주지만 국내 경기 상황이나 통화정책 기조, 또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입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줄 것이다.

한은으로서는 추경을 앞으로 편성할지, 그럼 규모는 어떻게, 재원은 어떻게 할지를 면밀히 지켜보고 이 과정에서 시장의 반응과 소통하면서, 지속적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보겠다. 그리고 늘 그랬듯 시장금리가 급변한다면 시장 안정을 위한 노력, 예컨대 국고채 단순 매입을 한다거나 하는 안정 노력을 적극 기울이도록 하겠다.

-가계대출 증가세와 주택가격 상승률이 둔화했다. 향후 전망은.

▶금융 요인 외 다른 요인도 상당히 크게 영향을 주기 때문에 단언하기 어렵다. 가계대출의 경우 차주별 DSR 등 강화된 대출규제가 적용되고, 금융권에서도 각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관리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가계대출 둔화 요인이 될 텐데, 그럼에도 대출 수요 자체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연말 요인이 사라지고 연초가 되면서 금융기관의 대출 증가세가 높아질 가능성도 있겠다고 봐서 지켜보고 있다.

주택 가격도 마찬가지다. 금융요인 외에 주택 수급이나 정부 정책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단정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 그래서 최근 주택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있는 건 사실인데 주택 거래량도 크게 감소한 점을 보면 가격의 둔화 흐름이 추세적인지 여부는 지켜봐야겠다. 이 자리에서 단언하긴 어렵다.

◇"한은-정부 '엇박자' 아니다…스태그플레이션 우려 낮아"

-한은은 금리 인상 기조인데 정부에서는 연초 추경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과 통화가) 서로의 정책 효과를 억제하고 있지 않은가.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이번에 다시 또 줄이는 이유를 앞서 세 가지로 말씀드렸다. 국내의 경제 꾸준한 회복세, 또 물가 상승 압력 확대, 여전한 금융 불균형 위험 등이다. 이런 이유를 들어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줄이고 앞으로도 줄여 나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문제는 취약계층을 어떻게 하느냐다. 앞서 회복 흐름이 부문별로 다르기 때문에 거시 여건에 맞춰서 통화정책은 정상화해 나가지만 균등하지 못한 상황에서 취약계층 지원은 재정이 맡아야겠다, 그렇게 강조를 했다.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현 상황에선 그것(재정과 통화 정책)이 엇박자라든가 그렇게 볼 상황은 아니다.

-현재 물가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을 일으킬 수 있는 상황인지.

▶최근 물가 상승세가 생각보다 확대되고 있는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 회복 과정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에 원자재 수급 차질 등으로 공급이 그에 미치지 못한 것에서 주로 기인한다. 이렇게 보면 최근의 상황은 일반적인 스태그플레이션과 다르지 않나 생각한다. 현재 성장률 자체가 지난해 4%, 올해는 3%인데, 이는 잠재 수준을 상회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우리 경기는 수출 호조와 소비의 기조적 회복 흐름 등을 감안해 보면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의 이자 부담이 연 9.6조원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이것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부채의 질이 취약해 리스크 전이에 대비해야 한다 얘기도 나온다.

▶전체 소비 규모를 보면, 가계 소비를 크게 제약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가계는 흑자 주체다. 부채에 못지 않은 자산도 갖고 있다.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수입도 늘어난다. 물론 계층별로는 조금 다르다.

그리고 부채의 질을 말씀하셨다. 가계부채가 워낙 크게 증가해 왔고 이 상황에서 금리가 상승하면 취약 차주는 상환에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부채 리스크에서 일차적으로 들여다 봐야 할 것은 소위 금융 시스템 차원의 리스크다. 그런 차원에서 분석해 보면, 부채가 많이 늘어났지만 상당 부분이 고신용자 중심으로 많이 늘었다. 지금까지 연체율은 높지 않다. 또 금융기관의 건전성, 자본의 적정성도 상당히 양호하다. 금융 시스템 전체로 봤을 때 부채 위험이 촉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다만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있으니 그에 대비해 가계는 노력할 필요가 있다.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부채는 감축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금리 변동 위험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변동금리 비중 축소 등의 말씀을 첨언해 드린다.

◇"한미 통화스와프, 얼마든지 다시 협의 가능"

-새해 들어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서고, 정부가 추경 편성을 예고했다. 공급 측 요인과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가 향후 물가 경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나. 물가가 당분간 3%대를 이어갈 것이라고 하셨는데 이렇게 평가한 배경과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3%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나.

▶신종 변이 확산으로 한때는 70달러 아래로 떨어진 국제유가가 올해 80달러를 다시 웃돈다. 최근 흐름을 보면 소위 공급 측면의 물가 상승 압력이 올해 중에도 지속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유가는 워낙 소비자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에 유가 흐름을 보고 어떻게 영향 주는지를 상시 파악해 나가겠다.

정부 재정지출 확대가 물가에 어떤 영향을 주느냐는, 지금 추경 편성이 논의되고 있다. 이게 다시 물가를 자극하지 않느냐는 우려가 있는데, 재정 지출 확대가 물가에 어떤 영향 주는지는 규모와 구성을 알아야 하고 그것이 얼마나 소비와 직결되고 상관관계가 높은지를 파악해야 한다.

한 달 전에 물가 설명회를 할 때에 향후 물가 흐름에 대해서 내년엔 2%대를 나타낼 것이고 상방 리스크가 클 것이라고 했다. 그땐 2% 웃도는 수준을 염두에 뒀는데, 불과 한달 사이이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상당히 높고 범위도 상당히 넓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물가 상승 압력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예를 들면 물가가 2% 이상 오른 품목을 조사해 보니까 개수가 최근 상당 수 늘어났고, 특히 수요 압력을 나타내는 소위 근원 품목도 2% 이상 상승한 품목 개수가 연초에 비해서 2배 이상 증가했다. 전체 물가에서 비중이 큰 외식 품목의 경우, 기본적으로 하방 경직성이 있는데, 이 외식 품목의 상승세가 상당히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공급 병목에 따른 상승 압력도 예전에는 일부 내구재에 불과했는데 확대됐다.

이에 따라 물가 상승률은 상당 기간 3%대로 가다가 하반기쯤에는 기저효과라는 게 있으니 2%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게 저희가 보는 기본적인 전망 흐름이다.

-한미 통화스와프의 경우 필요시 다시 체결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한미 통화스와프가 없어도 안정적인 유지가 가능하다고 보나.

▶한미 통화스와프는 체결한 규모가 600억달러이지만 실제 사용한 규모는 200억달러다. 그것도 초기에 사용하고 상당 기간 사용 실적이 없다. 통화스왑을 더 지속할 명분이 약해진 게 사실이다. 연준과 협의도 했고 그런 종료에 대해 특별히 우려하는 상황이 아니었다.

또한 당장 외환 사정이 어려워질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체결 당시에는 그야말로 초유의 감염병 위기가 와 갑자기 시장이 어려워졌던 것이다.
지금은 국내 경제의 여러가지 기초 여건, 외화 건전성 등을 감안하면 외환 불안정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통화스와프는 예기치 않은 위기가 닥칠 경우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협의할 수 있다. 지금은 더 끌고 갈 명분이 없어서 종료했고,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면 얼마든지 협의해서 체결할 수 있는 것이 양국 간 통화스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