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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풍수해보험 예산 246억 ‘역대최대’…"저소득층 100% 지원" [fn패트롤]

행안부, 재해지역·저소득층 집중
재해위험지역은 최대 92% 지원
실효성 문제 등 수년째 외면받아
피해보상사례 늘자 가입률 28%↑
중장기보험 가입은 여전히 저조

올 풍수해보험 예산 246억 ‘역대최대’…"저소득층 100% 지원" [fn패트롤]
#.A씨는 20년 전 여름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지난 2002년 여름 태풍 '루사'로 순식간에 집이 물에 잠겨 몸만 겨우 빠져나왔던 아픈 기억 때문이다. 10여년이 지난 2016년 A씨는 풍수해보험에 가입했다. 1년에 한번 보험료(10만원)를 내는데, A씨가 4만5000원만 내면 나머지(5만5000원)는 정부가 내줬다. 정부 지원도 늘고 보험료율도 낮아져 2020년 갱신했을 땐 보험료가 9200원 정도였다. 그해 8월 A씨는 태풍 피해를 입었다. 지붕이 날아가고 비가 새어 집 천장과 벽면이 침수됐다. A씨는 풍수해보험에 피해보상을 청구했고, 며칠 뒤 보험금 800만원을 받아 집을 다시 고칠 수 있었다.

폭설·태풍·호우 등 자연재해로 입은 손해를 보상해주는 정책보험인 풍수해보험이 올들어 달라진다. 재난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정부 지원이 더 늘어나고 오는 4월부터는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의 풍수해보험료가 전액 지원된다. 풍수해보험은 가입률 저조와 인지도 부족으로 국민들이 받는 혜택에 비해 주목받지 못해왔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적극적인 홍보와 최근 피해 보상 사례 등이 입소문이 나면서 가입률이 꾸준히 늘고 있다.

■재해취약·저소득층 지원 확대

16일 행정안전부는 올해 풍수해보험 지원 예산이 246억원으로 전년(184억원)보다 33.6% 증액됨에 따라 국가 지원 비중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원 예산은 역대 최대 규모다.

이에 따라 올해는 상습침수지역 등 재해취약지역과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한다.

우선 행안부는 재해취약지역에 대해 올해부터 매년 지자체와 함께 풍수해보험 가입촉진 계획을 수립, 가입률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이 지역에선 보험료 최대 92%(지방비 지원 포함)를 정부가 지원한다.

저소득 취약계층의 풍수해보험료는 정부가 전액 지원한다. 행안부는 풍수해보험법 개정(2022년 1월) 후속조치로 보험료 전액 지원 대상을 구체화하는 등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고 있다.

변지석 행안부 재난보험과장은 "보험료가 2000~3000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저소득층(세대주·세입자 모두)은 가입이 힘들 수도 있다. 이들에 대해 국가가 전액 지원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입소문 나면서 가입률 반등

지난 2008년 도입된 풍수해보험은 정부의 골칫거리였다. 가입률이 낮은데다 국민들의 인식 부족, 실효성 문제 등이 매년 불거졌다. 행안부와 지자체가 정부 지원을 늘리고 피해지역 단체 가입을 유도하면서 가입률을 끌어올리려고 애를 썼다. 그럼에도 정부 목표 가입률에 못미쳐 예산이 많게는 20% 정도 남기까지 했다.

분위기가 반전된 것은 지난 2020년 태풍·홍수로 전국 곳곳이 큰 피해를 보면서다. 보험금을 받았다는 사례가 입소문이 나고 사유재산 보호에 대한 인식 또한 높아졌다. 수년째 정체하던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반등했다. 변 과장은 "재작년과 작년 풍수해보험 지원 예산이 처음으로 완전 소진됐다"고 했다.

풍수해보험 가입률은 지난해 11월 기준 △주택 25.2%(49만2996세대) △온실 15.5%(4064헥타르) △소상공인 상가·공장4.6%(2만8260건)이다. 가입건수는 전년대비 26~28%, 가입률은 3~5%포인트 증가했다. 특히 소상공인의 경우 전년(1만3917건)보다 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갈길이 멀다. 행안부의 중장기 풍수해보험 가입률 목표치(30~40%)에 비하면 여전히 낮은 게 사실이다.

진명기 행안부 재난복구정책관은 "국민 재산을 지키는 사회안전망으로써 풍수해보험 가입률을 높일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특히 올해는 재해취약지역, 소상공인, 저소득층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보험료 70∼92% 내줘

풍수해보험은 태풍·호우·홍수·강풍·풍랑·해일·대설·지진·지진해일 등 자연재해(9개 유형)로 발생한 재산상 손해를 보상해주는 정책보험이다. 의무가입은 아니다. 모든 건축시설물이 가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풍수해 위험이 있는 주택(단독·공동), 농·임업용 온실(비닐하우스), 소상공인 상가·공장건물이 대상이다.

풍수해보험은 가입자(국민)와 정부가 보험료를 분담하는데, 정부가 최소 70%, 최대 92%(지방비 지원 포함)를 지원한다. 일반 주택 및 온실·소상공인(상가·공장)은 정부가 70%를 지원해 국민이 내는 연간 보험료는 1만~10만원 수준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