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美 정보당국 예측
러, 옛 소련시절 공산권 쿠바에
군사기지 건설사건 연상 우려도
美, 러에 대규모 경제보복 예고
외교적 해법 모색엔 협조도 밝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협상에서 자신들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미국 본토 인근에 핵무기 배치 등 추가 위협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 측의 그간 발언을 토대로 이같이 분석했다.
NYT는 러시아 외교 관리 발언 등을 인용해 러시아가 미국과 근접한 지역에 핵미사일을 배치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러시아가 전술핵이나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활용해 새로운 핵 배치에 나설 수 있다는 미 정보당국 예측과도 일치하는 분석이다.
앞서 서방과의 안전보장 협상이 실패할 경우 러시아는 중남미 쿠바나 베네수엘라에 군사 인프라를 배치하는 것과 같은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세르게이 랴브코프 러시아 외무차관이 지난 13일 강하게 경고한 바 있다.
지난 10일 미국과의 안보 협상에서 러시아 대표단을 이끌었던 랴브코프 차관은 러시아어 국제 TV 방송 RTVi와인터뷰에서 러시아와 서방 간 협상 실패 시 가능한 사태 전개에 대한 질문에 "무엇도 배제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를 두고 냉전 시절인 1962년 옛 소련이 공산권 쿠바에 군사기지를 건설하고 미국을 겨냥하는 핵미사일을 배치하려 시도했던 '쿠바 미사일 위기' 사건을 연상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러시아는 자신들이 제안한 안전 보장 제안을 거부당할 경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 침공을 감행하는 것을 가장 현실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로 꼽았다.
이 밖에도 러시아가 미국 등 자신들 안보를 위협하는 국가를 대상으로 광범위한 사이버테러를 감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미 국토안보부(DHS)는 오래전부터 러시아가 미국 내 많은 전력망에 악성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것을 경고했다. 지난 13∼14일 우크라이나 정부 7개 부처와 국가 응급서비스 등 웹사이트에서 발생한 대규모 해킹 사태의 배후로도 러시아가 지목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지난 13일 밤부터 14일 새벽 사이 내각과 외교부, 에너지부, 재무부 등 7개 부처와 국가 응급서비스 등의 웹사이트가 대규모 국제 해킹에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킹된 사이트 대문에는 "최악을 내다보고 두려워하라"는 글이 걸렸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이버 공격 사건 개입을 부인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에 대한 대규모 경제적 보복을 예고하고 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가혹한 경제적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만약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추가 침공하면 우리는 동맹과 단합해 제재를 가할 것"이라며 "가혹한 경제적 후과가 있을 것이고, 러시아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배후로 지목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관련해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것으로 드러나고 이 같은 공격이 이어진다면 우리는 동맹과 함께 적절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두 가지 상황에 모두 준비돼 있다. 러시아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한다면 당연히 이에 조응할 것이고, 러시아가 침공에 나선다면 그들의 전략적 위치를 끊어낼 강력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다만 우크라이나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선 아직 배후를 러시아로 확정 짓지는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막기 위한 미국 동맹국들과 러시아간의 수차례 협상이 모두 결렬됐다. 지난주 미국과 러시아 고위 관리들이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회담을 한데 이어 12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러시아와, 13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럽안보협력기구(OSCE)가 러시아와 해결책을 논의했으나 성과없이 끝났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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