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존 폴리(왼쪽) 펠로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8월 9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러키의 자사 첫 공장에서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 AP뉴시스
미국 운동기구 스타트업 펠로톤이 대규모 내부자 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CNBC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인용해 펠로톤 임원을 비롯한 내부자들이 주가 폭락 직전 5억달러 규모의 주식을 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펠로톤은 실내자전거 등 운동기구를 인터넷에 연결하는 이른바 커넥티드 운동기구 업체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인 2020년 큰 인기를 누렸다. 펠로톤 운동기구 사용자들은 집에서도 트레이너의 지시에 따라 마치 체육관에 간 것처럼 운동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 기존 운동기구와 차별화하며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
주가, 2년 반 전 공모가 수준으로 추락
펠로톤 주가는 지난해 중반 이후 팬데믹 규제가 느슨해지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최고치에 비해 80% 넘게 폭락했다.
18일에는 29.11달러로 1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2019년 9월 26일 기업공개(IPO) 당시 공모가 29달러와 크게 차이가 없다.
SEC 공시에 따르면 그러나 펠로톤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자신들이 보유한 지분을 주당 100달러 넘는 가격에 이미 대거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인사이더에 따르면 이들 경영진은 지난해 주가가 급락하기 전 수개월에 걸쳐 4억9600만달러어치 주식을 매각했다.
지분 매각은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주가가 급락하기 전 매도가 멈췄다.
■
주가 뛰자 대규모 매각 시작
경영진 등 내부자 지분 대규모 매각은 펠로톤 주가가 2020년 가을 주당 80달러를 돌파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의 지분 매각은 해를 넘겨 주가가 100달러를 뛰어넘으면서는 속도가 붙었다.
펠로톤은 팬데믹 최대 수혜주 가운데 하나다. 체육관에 가지 않아도 마치 체육관에 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커넥티드 운동기구 수요가 폭증한 덕이다.
펠로톤은 수요 확대에 맞춰 투자를 통해 생산 확대에 나섰다.
그러나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수요가 둔화되기 시작했고, 이후 주가는 약세로 돌아섰다.
경영진은 주가가 약세로 돌아서기 전 대규모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
CEO, 실적전망 하향 한 달 전까지 1억1900만달러어치 매각
스마트인사이더에 따르면 펠로톤 공동창업자겸 CEO인 존 폴리는 2020년 11월부터 지분 매각을 시작해 1억1900만달러어치를 팔았다. 폴리가 매도한 지분은 대부분 주당 110달러 이상에서 팔렸다.
펠로톤이 SEC에 제출한 공시서류에 따르면 이는 사전에 계획된 것으로 '개인 금융관리 목적'에 따른 제한된 규모의 매각이었다.
계획에 따르면 폴리는 올해 10월까지 모두 240만주를 매각해야 하지만 그는 지난해 8월 30일 매각을 끝냈다고 이사회에 보고했다. 매각 규모는 100만주였다.
그는 매각을 중단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달여 뒤인 지난해 11월 4일 펠로톤은 매출 전망치를 하향조정했고, 주가는 폭락했다.
주가 하락을 예상해 그가 매각을 멈췄을 것이라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스마트인사이더에 따르면 폴리는 자신이 보유한 지분 약 16%를 매각했다. 스톡옵션을 포함하면 약 5% 규모다.
■
사장 등도 대거 매각
매각에 나선 것은 CEO뿐만이 아니다.
사장인 윌리엄 린치는 지난해 1억500만달러어치 이상을 매각했다. 이 가운데 7200만달러어치는 2월에 평균 주당 144.95달러에 팔았다.
공동창업자겸 최고법률·문화책임자(CLCO)인 쿠시 히사오도 지분 매각으로 9000만달러 이상을 벌었다. 대부분 주당 110달러 이상에 매각했다.
톰 코티스 최고제품책임자(CPO)는 6000만달러, 최고운영책임자(COO) 마리아나 가라바글리아는 2500만달러어치 이상을 팔았다.
이사회 소속 이사들도 대규모 지분 매각에 동참했다.
캐런 분은 지난해 2월 주당 140달러가 넘는 가격으로 지분을 매각해 2000만달러 이상을 손에 쥐었다.
한편 펠로톤은 주가 급락세 속에 컨설팅업체 매킨지를 고용해 감원, 매장 폐쇄 등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